일 비디오게임시장의 동향

최근 일본 비디오게임시장은 한마디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32비트 차세대 게임기시장을 놓고 업체들간의 경쟁이 전면전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는것이다. 마쓰시타전기를 비롯해 소니.산요.NEC 등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올들어 일제히 이 32비트 게임기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게임기시장에 참여한 마쓰시타전기가 이달 11일 32비트 게임기인"3 -DO"(모델명 FZ-10)의 가격을 4만4천8백엔으로 인하, 판매한 것을 비롯해세가엔터프라이즈가 "새턴"의 출시전 예약판매를 시작으로 새턴붐을 일으키면서 22일부터 제품공급에 본격 나섰다.

또한 소니는 다음달 3일부터 "플레이스테이션"의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며 NEC 역시 "PC-FX"를 개발, 다음달 9일부터 출시할 방침이다.

일본 비디오게임기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닌텐도도 이달 14일 이같은 후발업체들의 잇따른 제품출시에 맞서 32비트 게임기 "버츄얼 보이(Virtual Boy)" 를 개발, 오는 95년 4월부터 파격적인 가격인 1만9천8백엔에 판매한다고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제품출시 경쟁뿐만이 아니라 업체들간의 제휴경쟁도 그 어느 때보다도뜨겁게 펼쳐지고 있다. "3-DO"를 놓고 마쓰시타전기와 산요가 공동전선을 형성했으며 세가는 도시바.히타치사와 각각 손잡았고, 닌텐도는 미 실리콘그 래픽사와 제휴했다. 차세대 게임기시장을 선점하려는 회사의 이해가 앞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 비디오게임기시장은 최근들어 빠르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비디오게임기시장은 어떤 분야보다도 가파르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예전의 8비트와 16비트 게임기시장에서 닌텐도가 독주해오던 시절과는 매우다르다. 그만큼 비디오게임시장을 놓고 업체들은 사활을 건 승부수를 띄우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업체가 일본 게임시장을 석권할지는아무도점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일본 게임기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오는 2천년대에 전세계적으로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멀티 미디어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게임기산업이야말로 더 없이 중요한 인프라 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게임기시장은 지난 87년부터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6천5백50억엔에 달하는 등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점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전시장의 정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쓰시타전기나소니사가 이 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특히 닌텐도사와 세가사가 게임기 하나로 지난해 5천억엔과 3천8백억엔의 매출을 올리면서 거둔 수익률은 상상외로 엄청나 마쓰시타전기나 소니사의 수익률을 앞지르고 있는 점도 후발업체들의 게임시장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현재 차세대게임기시장을 놓고 업체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존 16비트 시장은 고사직전에 놓여있다. 차세대 게임기바람으로 인해 16비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떨어지면서 16비트게임기의 판매가 거의 중단되고 있는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에서 16비트 게임기 가격은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가가 2만9천8백엔인 "메가 CD2" (세가사)는 1만6천7백엔에 할인 판매되고 있으며 1만2천8백엔하는 메가드라이브 세가사 는 6천9백79엔에 할인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소비자가가 2만4천2백72엔하는 닌텐도의 "슈퍼패미콤"은 1만3천4백79엔 에, NEC사의 8비트 게임기인 "PC엔진"(DUO-R)도 소비자가 3만9천8백엔의 절반가격인 1만5천8백79엔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이들 제품의 판매는 거의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소프트웨어시장도 침체되기 는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도 예전과 같은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하드웨어판매 마저 부진하면서 소프트웨어의 판매가 곤두박질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게임 기시장전체가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 비디오게임기시장은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차세대 게임기시장으로 변화되면서 비디오게임기시장 자체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차세대게임기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오는 12월쯤 되면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력업체들간의 판촉경쟁이 심화되면서 차 세대 게임기쪽으로 시장중심이 옮겨가 다시 한번 16비트시절의 영화를 재현 할 것이 틀림없는 듯하다.

<도쿄=원철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