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공 사장 왜 경질됐나

연말로 예정된 정기인사를 눈앞에 두고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의 하나인 현대 정공의 유기철사장이 전격 경질됨에 따라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정공은 지난 30일 유사장을 상담역으로 옮기고 유철진현대중공업 미주현지법인 사장을 신임사장으로 임명하면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세계 기계산업구조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인사의 배경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은 지난해 적자였던 현대정공이 올해 흑자로 반전됐고 이번 인사가 정기인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이루어 졌다는 점에서 다소 설득 력이 떨어진다.

또한 지난 87년 이후 지금까지 현대정공사장으로 재직해 온 유사장은 정몽구 현대정공회장의 각별한 신임을 받아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유사장의 경질에 정주영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최근 나돌기 시작한 정회장의 경영일선복귀열과 맞물리면서설득력이 더해진다. 즉 왕회장이 그동안 사이가 원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유사장을 제물로 바쳐 그룹재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는 달리 유사장의 해임은 대정부용 문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시각은 올해 현대정공이 제철소건립과 미니밴 "샤리오"의 기술도입과 관련, 정부측과 이견을 보여왔고 이것이 삼성의 승용차시장진출과 맞물려 정부에 대한 재계의 도전으로까지 비춰졌던 상황에 근거한다.

이에따라 현대그룹은 정부측과 화해를 위해 유사장을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또 유사장이 아산에 "샤리오"의 생산라인을 설치하고도 정부에 기술도입신고 서 제출을 미루어 온 것에 대해 왕회장이 대단히 분개, "샤리오"의 기술도입 지연에 대한 그룹차원의 문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유사장 경질에 따라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뒷소문은 현대정공은 물론 신임유 철진사장에는 적지않은 짐이 되고 있는 듯하다. <조용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