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전자산업 결산

올해 전자산업은 수출과 내수 모두가 호황을 구가한 한 해로 기록될 것이 확실시된다. 전자.전기제품의 수출은 10월말 현재 2백55억원에 육박했으며 연말까지 3백1 2억달러를 상회, 지난해보다 27%이상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3백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또 10월말까지의 수출실적은 우리나라 총수출의 33.5%를 차지하는 것으로지난해의 28.0%에 비해 그 비중이 5.5%포인트나 확대, 수출주력 산업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내수판매도 9월말 현재 6조1천2백5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9.2%가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다.

전자제품 생산액은 9월말 현재 26조5천여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7.0%가 증가함으로써 연초 전자업체들의 목표치보다 크게 웃돌고 있다.생산라인이수출과 내수 물량을 맞추기 위해 매우 바쁘게 돌아간 셈이다.

또 이같은 호황은 전자부품과 산업용기기 분야에서의 수입증가를 불러왔다.

올들어 10월말까지 전자전기 제품의 수입은 전년동기보다 25.5%가 증가한 1백67억달러를 넘어섰다.

전자제품의 수출이 88년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면서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과 *엔고 *기술개발등 국내업체들의 자구 노력등으로 그 요인을 집약할 수 있다.이중에서도 전반적인 경기회복과 엔화 의 강세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준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즉 전자업체들의 경쟁력이 급격히 향상됐다기 보다는 외부의 환경이 국내업체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이처럼 수출호황을 맛보게 됐다고 봐야할 것이다. 물론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국내업체들의 자구노력이 반도체와 일부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했지만 이것도 결국은 엔고 덕분에 가능케된 것이다.

이와관련 박재인전자공업진흥회이사는 "앞으로 대외적인 수출여건이 계속되고 대내적으로도 원화절상의 부담만 없다면 올해와 같은 수출증가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이같은 수출증가의 요인중에서 기술력의 향상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않아 근본적인 수출경쟁력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진단했다.

업종별로는 가전제품의 경우 해외생산 확대와 중국.동남아산 저가품의 미국 시장 맹공략등으로 크게 기대되지 않았으나 세탁기 수출이 9월까지 전년동기 보다 48.5%가 증가하는등 수출지역을 다변화한 것이 효과를 거두었다. 또 엔고의 혜택으로 미국등 주력경쟁시장에서도 호조를 보임으로써 10월말 현재 전년동기대비 11.1%증가한 59억8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의 수출은 10월말까지 1백4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전년동기에 비해 43.6%나 증가했다. 이중 반도체 수출은 1백억달러를 상회, 전체 전자전기제품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PCB수출도 전년동기대비 55.8%가 증가하는등 크게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 로인해 PCB업체들은 국내외 주문물량을 선별해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컴퓨터와 주변기기 수출은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여 해외시장 경쟁에 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중전기기쪽에서는 배전제어장치와 전동기.전력케이블등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면서 큰 폭으로 증가해 기대를 모았다.

내수쪽에서는 올여름에 섭씨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닥치면서 에어컨, 선풍기 등의 가전제품이 불티타게 팔렸던 것이 특징적인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고물량 소진에 안절부절했던 가전업체들이 올해에는 무더위탓에활짝 웃었다.

컴퓨터도 국내수요 확대에 힘입어 수출부진과는 대조적으로 판매가 크게 늘어나 정보화 사회로의 진전을 반영했다.

무선전화기 시장도 크게 확대되면서 국산품과 수입품의 판매경쟁이 매우 치열했다. 국산제품은 9월까지 4백82억원어치를 판매해 전년동기에 비해 25.5 %가 증가했으며 수입은 10월까지 2억3천3백만달러로 무려 1백21.3%가 늘어났다. 한편 유통시장의 변화는 올해 국내전자산업의 흐름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전은 물론 컴퓨터, 정보기기 판매업체들이 서울과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대형매장을 갖추면서 다양한 판매기법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중에서도저가경쟁은 필연적인 현상으로 일상적인 할인판매외에 회원제를 도입해 저가 판매에 나서거나 관련소프트웨어등과 묶음판매를 통한 가격경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히 혼매의 양상이 뚜렷해짐에 따라 가전유통을 비롯한 일부 전자유통 체계 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