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니사가 시련기를 맞고 있다.
전후의 참화가 남아있던 지난 46년 5백달러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소니사는현재 연간매출 4백억달러인 세계 굴지의 종합가전업체로 자리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명실상부한 일본 경제의 비약적 성장의 상징이 되었다.
트리니트로 컬러TV의 성공에서 시작한 소니의 신화는 워크맨으로 꽃을 피우고 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CDP)로 결실을 거두기까지 기울지 않는 한낮의 태양만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던 소니에 석양의 그늘이 드리워지고있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영화부문의 부진이 전반적인 소니의 침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공식적인 발표로도 2천6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라스트 액션 히어로"같은 작품은 업계내에서는 이를 훨씬 넘어서는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 작품의 실패가 지난 10월 피터 구버 회장 사임으로 이어진것으로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지난 1년6개월동안 소니의 영화부문에서의 이익이 5년전에 비해 절반으로 낮아져 소니픽처즈등 영화부문사업에 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까지 몰리게 됐다.
뿐만아니라 지난 9월말 마감한 2.4분기에는 이 부문에서 32억달러의 적자가 발생하는등 이 부문의 부진상황은 심각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은 영화부문의 과거 공적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문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적자에 대해 "영화등 멀티미디어부문은 거의 파산상태로, 팔려고 해도 원매자가 나서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를 비롯한 멀티미디어사업의 부진으로 소니는 기존 가전등 하드 웨어업체들이 영화나 비디오,게임등 소프트웨어산업에 진출할때 발생할 수있는 몇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몇몇 영화의 실패에서 나타났듯이 자금의 운영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소니의 방만한 자금운용은 파라마운트의 매입에 나섰던 바이어컴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엄청난 대비를 보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둘째는막대한 자금을 들여 영화사 전체를 인수하는 것은 낭비라는 것이다.
터너 브로드캐스팅 시스템(TBS)사의 테드 터너는 뉴라인 시네마사와 캐슬록 엔터테인먼트에 관계하고 있지만 전부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아 분산투자의 안전성을 실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느 업체이고간에 어려운 시기는 오게 마련으로 그런 때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소니에만 해당되는 교훈은 아니지만 영화등 멀티미디어부문에서소니가 얼마나 비참한(?) 지경에 있는가 하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실이다. 영화부문 사업에서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뇌일혈로 쓰러져 가료 중에 있던 모리타 아키오 회장이 일선에서 완전 물러난다고 발표, 회사내 구심점마저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정되어 있기는 했으나 현재의 침체상황에서 모리타회장의 사임이 겹친 것이 소니에는 불행인 셈이다. 그의 국제적 명성이 실무에 이용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모리타 회장의 사임은 지금의 소니에게는 분명 버거운 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단은 노리오 오카씨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 으로, 회사 경영상에 있어 지금과 달리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 다. 회사 관계자들은 그러나 주가하락등 외부의 변화보다는 회사내에 새로운 전략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고위층의 철학을 잘 알고 있는 사내관계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전진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 다. 이는 "부자는 망해도 삼년 간다"는 막연한 추측성이 아닌 충분한 근거를 가진 전망이다.
80년대 일본의 초고속성장의 상징인 소니픽처즈가 비록 완고한 일본식 경영 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고 당분간 적자가 지속되리라고 예상되더라도 이에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결정했다.
적어도 영화부문에서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명제만이 소니앞에 남아있는 셈이다.
다만 이 부문에서의 자사브랜드에 대한 타격이 가전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런 단속에만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가전, 음반등 비영화부문에 소니이익의 80%에 달하는 절대량이 걸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한 가전제품의 판매로 상징되는 모리타 회장의 시대는 지나갔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소니의 핵심은 가전사업이고 이 사업은 소니 회생의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비디오게임기인 "플레이 스테이션"이 올해말 일본에서, 내년에는 미국및 유럽에서 출하되면 게임사업에서도 한발 전진이 있을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무엇보다도 모리타회장의 공백을 메우면서 경영에서의 안정 성을 확보하는 것이 소니에는 급선무.
근래들어 겪어보지 못한 난국으로 직원들이 동요되는 것은 물론 영화부문에 서 장기적 전망이 아직 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같은 시련이 소니에게 재도약을 위한 담금질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가까운 시일내에 판단 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