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업계, 가격파괴현상대비한 자구책마련 시급

기존의 가격유통질서를 무너뜨리는 가격파괴현상이 계속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전자산업도 그 예외는 아니다. 가격파괴는 이제 거스릴 수 없는 대세 가 되고 있다.

가격파괴현상은 특정품목에 한정돼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또 기존의세일이라는 단기적인 가격할인과는 달리 가격인하폭이 훨씬 클 뿐 아니라 기간도 지속적이다. 게다가 이같은 현상은 특정 개별국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아니라 계속 확산돼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전자업계에서도 이같은 흐름에 대응하는 생존방안을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전자업계가 가격파괴를 바라보는 자세는 너무 소극적인 것 같아안타깝다. 가격파괴 물결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종전과는 다른 모습의 생산 성향상 노력을 보여야함은 물론이고 유통구조의 개선과 생산의 현지화.세계 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함은 물론이다. 우리 전자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기업 들은 늘상 있어왔던 생산성향상과 기존의 유통정책 고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자 대기업들의 이같은 태도는 자체적인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가전3사는 각사별로 전속대리점을 보유하고 있고 PC나 FAX업 계들도 자사제품을 전문취급하는 유통망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해 양판점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자 이들 메이커들은 이를 전면 거부한 적이 있다. 이는 외국의 유명제품에 비해 지명도 등에서 국산제품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대적 우위에 있는 자체유통 망을 유지함으로써 선진 유명메이커들이 국내진출시 계속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유통망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과 가격결정권을 유통점에 내줄 수 없다는 의도가 함께 내포돼 있지않았나 보여진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주장을 계속 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가격파괴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의 선진유통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 이같은 주장이 가능하나 진출이 임박한 현시점에서는 이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격파괴는 선진외국에서부터 시작됐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제조와 유 통업이 분리돼 성장해왔다. 따라서 최종소비자 판매가격에 대한 결정은 대부 분 유통업체에 의해 주도돼왔고 우리가 처해있는 이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유통업의발전이 미흡하자 제조업체가 직접 유통채널을 구축 해 왔다. 그러다보니 판매가격에 대한 결정은 제조업체가 하게 됐고 이는 거의 관행화돼 버렸다. 이같은 유통상황으로 국내시장에서 가격파괴란 요원할 수 밖에 없었고 이와관련한 일련의 흐름에 대해서도 애써 무시하려는 양상을 보여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격파괴는 최근들어 유통업이 갑자기 성장하고 규모도 커지는등 경쟁력을 가지면서 발생했고 이같은 흐름은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소비자들도 상품 선택에 있어 자기의 권리를 찾는데눈을 뜨고있다. 여기에 정부도 가격파괴현상을 계속 확산시키기위해 유통업체에 대해 세제및 입지등 여러면에서 제조업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컨대 제조업체들은 자기들의 뜻과는 달리 상품유통에 있어서는 점차 소비 자, 즉 유통업자들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는 시기로 상황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전자대기업들에게 기존의 유통망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는 가격파괴현상에 대응하지 못하면 유통시장 완전개방 이후 외국산제품에 밀려버릴 것은 명약관화하고 이 경우 메이커와 전속대리점 등의 유통채널이 공멸해버릴 우려가 매우 높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지금부터라도 가격파괴 추세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기존의 유통구조를 보다 간소화하고 유통에 투입되는 간접비용을 줄여나가면서 기술및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절감노력 등을 보이고 유통루트의 다양화에도 신경을 쓰는등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만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