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통신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우전부 독점체제로 운영돼온 통신산업구조가 갈수록 거세지는 안팎의변화요구에 밀려 새로운 틀짜기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새 틀짜기의 시작은 중국 의회에 해당하는 인민대표자회의가 최근 2개의 새로운 네트워크 사업자를 승인하면서 본격 시동이 걸렸다.
경쟁체제 도입을 의미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사업자 승인은 중국 우전부가 지금까지 누려온 산업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고 있다.
최근 승인된 네트워크 사업자중 하나는 지통 커뮤니케이션사.
전자산업부의 기업단위인 이 회사는 내년초부터 중국내 장거리 데이터서비스 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따라 지통사는 공중망분야에서 통신부와 경쟁하는 최초의 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도전자는 리안통 혹은 유니컴으로 불리는 중국연합통신.
전자산업부.철도부.전력부 등 3개부와 국영업체 일부가 주주로 있는 이 업체 는 장거리 음성서비스분야에서 중국 우전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부부처나 국영기업이 새로운 네트워크 사업자들의 주인으로 있긴 하지만 이들의 등장으로 중국의 통신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 는 징표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전부가 네트워크 사업을 새로 시작할 지통이나 중국 연합통신에 결코 우호 적이지 않은 것도 이같은 경쟁을 예고하는 조짐의 하나다.
단적인 예로 지통이나 중국연합통신이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우전 부 네트워크와의 접속을 위한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경쟁 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용료 및 접속 조건을 둘러싸고 서로간의 견해차 가 큰 것이 그 원인이다.
새 틀짜기의 필연적 결과인 경쟁체제 돌입은 그러나 통신 이용자들로선 쌍수 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비스 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독점에 안주해온 우전부는 경쟁이란 발등의 불이 떨어짐에 따라 서비스 개선에 발벗고 나섰다.
우전부는 지난 10월 "차이나 DDN"으로 불리는 고속디지털 데이터 전송용 컴퓨터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전자메일시스템(차이나 팩)을 업그레이드시키는등 대고객 서비스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 틀짜기의 진행은 다른 한편 외국의 네트워크 관련업체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새로 등장하고 있는 경쟁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외국의 선진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IBM. 이 회사는 지난 8월 지통과 제휴, "순통 정보 네트워크 연구개발"을 설립하는 기민성을 과시했다. IBM과 지통 양사는 이같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50대 50의 비율로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IBM과 지통의 밀월 관계는 물론 양측의 이해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신생사인 지통의 입장에선 IBM의 기술을 빌려 통신부에 대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것이고 IBM으로선 중국정부의 외국인에 대한 네트워크 운용규제를 우회돌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는 중국 통신산업의 새 틀짜기에 동참코자 하는 대다수 외국업체의 공통된 전략이기도 하다.
광활한 중국시장을 노리는 외국업체, 특히 미국업체들은 그동안 장비제조분야엔 일부 진출했으나 네트워크분야에는 접근할 수 없어 상당한 불만을 갖고있던 터였다.
때문에 이들은 중국 통신산업의 새 틀짜기 과정이 더할 나위 없는 시장진출 의 호기로 받아들이고 일단 통신 설계, 컨설팅, 엔지니어링 분야를 집중 공략할 태세다. 향후 통신시장이 전면 개방됐을 때 네트워크를 직접 운영키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중국 통신 산업의 새 틀짜기도 이같은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키 위한 미국 업체들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 업체들은 광활한 중국 통신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규제 철폐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해왔다. 지난달 중순 미무역대표부 관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주요 요구사항중 하나가 데이터 통신서비스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었을 정도로 미국측의 대중국 통신시장 개방압력은 거세다.
미국업체들의 희망은 12억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중국판 "컴퓨 서브"를 구축 하는 것이다. 이는 네트워크 접근이 가능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미국 업체들이 무역 대표부를 앞세워 중국 통신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배경이 되고있다. 중국 당국은 그러나 이같은 압력을 일부 수용, 통신산업의 새 틀짜기에 나서고 있음에도 상당기간 동안 통신분야를 전면 개방, 국가 통제에서 벗어나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통신분야에 대한 국가 통제는 중국의 오랜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개방화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통신분야만큼은 이 대열에서 제외시켜왔다. 통신이 국가 안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 이유였다.
우전부의통신분야 독점도 이런 이유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중국의 통신산업은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도 상당기간 국가통제를 받을 것이지만 새 틀짜기로 촉발될 변화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지리란 것만은 분명하다. 중국은 금세기 말까지 연간 1천5백만~2천만 전화회선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2000년의 전화 보급률이 10%에 불과할 정도로 통신분야가 낙후돼 있다. 때문에 국가안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간접자본으로서 의 통신 산업발전이 없이는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인 들이 받아들임에 따라 변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