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이모씨(남.46)는 요즘 병원행정에 대해 의문이 새삼스럽게 쌓이고 있다.
벌써 3년째 앓고 있는 당뇨병 때문에 수도 없이 병원을 찾았지만 자기 병의 진척 과정이나 치료내역에 대한 정보를 가져본 적이 없다. "왜 환자는 자기의 의료정보를 소유할 수 없는 것일까". 요즘 이씨가 병원행정에 대해 품고 있는 의문의 핵심이다.
더욱이 이씨는 직업상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단골병원을 정해놓고 병의 진척에 따른 치료를 받기가 곤란한 처지다. 결국 각기 다른 병원을 갈 때마다 자기의 의료정보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똑같은 검사 를 되풀이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한 시간과 돈의 낭비는 갈수록늘고 있다.
이러한 이씨의 의문은 어쩌면 이씨만의 의문이 아닐 것이다.
각종 이유로 다니던 병원을 옮겨본 환자들은 과거의 병력이나 치료경위가 기록된 정보를 순순히 내주는 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것이다. 진료와 처치에 있어 결정적인 자료가 되는 병력 및 치료내역에 대한 정보를 환자가 소유할 수 없음으로 해서 환자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은 경제적인 손실 이상이다. 시간의 낭비, 부적절한 치료, 정신적 피해 등 환자들이 병원의 일방적인 정보독점으로 겪게되는 손해는 은근하면서도 뿌리가 깊다.
하지만 이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자들은 머지않아 이런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앞으로 병원들이 환자의 신상기록에서 부터 각종 진료내역, 심지어는 X레이 필름까지를 저장한 카드를 환자에게 발급해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병원은 광카드(OC)라 불리는 첨단 메모리소재에 환자의 각종 정보를 입력해 환자에게 발급, 환자가 내원했을 때 이를 컴퓨터를 통해 즉각 조회하고 이에따른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즉 환자가 개인 정보는 물론 과거에 찍었던 X레이 필름까지 휴대하고 다니며어느 병원에서건 자기의 병력에 따라 진찰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씨와 그와 비슷한 환자들에게 꿈같기만 하던 이런 의료혜택을 현실로 만든것은 환자서비스에 대한 병원들의 인식전환 때문이다.
환자에 대한 서비스의 향상이 병원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점에 병원들이 인식을 공유하고 이의 일환으로 환자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공개하려는 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병원들의 이같은 의욕적인 움직임을 현실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은 발달된 메모리 기술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
즉 의료관련 전산업체들이 환자의 각종 정보를 텍스트, 영상, 소리로 저장할 수 있는 광카드와 컴퓨터를 통해 이를 읽고 쓸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잇따라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광카드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메모리 용량이 굉장히 크다는 점이다. 광카드는대개 4.2MB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IC카드에 비해 1백배 이상이나 된다. 즉 A4용지로 1천6백쪽을 기록할 수 있고 X레이 등 의료영상으로 치자면 거의30매까지 저장할 수 있다.
또 광카드는 IC카드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장당 약 7천원으로 IC카드에 비해 3천원 정도 싸다.
이와함께 광카드는 내구성이 좋으며 한번 입력하면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보안유지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이와같은 장점으로 인해 의료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될 광카드시스 템은 이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 중반기쯤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 다. 결국 광카드시스템의 도입은 병원측에는 환자서비스의 향상으로 인한 경쟁력 우위 선점이라는 효과를, 환자측에는 정보소유로 인한 각종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