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이후 가전제품을 기계중심의 제어가 아닌 사용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감성공학적 방법론이 다양하게 도입, 응용되고 있다. 이미 많은 제품의 상품화에 적용된 "퍼지" "뉴로퍼지" "카오스"등이 대표적 인 이론이다. 여기에 최근들어서는 유전이론까지 등장, 가전제품의 최적화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앙대와 공동으로 유전자 알고리듬(Genetic Algorithms)을 응용 한 에어컨을 처음으로 개발한 것은 그동안 학계와 업계에서 활발히 연구돼온 유전이론이 본격적인 상용화 길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유전자 알고리듬은 적자생존 또는 자연도태에 의해 자연이 발전해왔다는 진화론에 기반을 둔 문제해결 기법이다.
생명체의 기질에 대한 정보는 유전자에 기록돼 있고 주변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명체는 살아남아 더욱 잘 적응하게 된다. 이러한 개념을 적용할 경우 어떠한 문제를 푸는 가능한 해법들은 유전자에 해당하고, 이 가능한 해법들이 문제해결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자연환경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한 해법들이 게속해서 최적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명체의 후손번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알고리듬은 이같은 개념을 토대로 한 일종의 문제해결 방법론이다.
이러한 기본개념은 에어컨과 관련, 사용자에게 최적의 쾌적환경을 제공할 수있는 방출기류를 얻는데 응용될 수 있었다. 에어컨은 기계.전기.전자등 여러가지 부문의 기술이 복합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성능개선 연구는 주로 실내공간 전체의 온도를 제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에어컨에서 방출되는 기류에 대한 사용자 각각의 감성적만족도에 대한 고려는 미흡했었다.
소비자가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할때 냉방병을 일으키거나 신체리듬이 파괴되 는 등의 단점은 어린이, 노약자등이 에어컨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에어컨 사용자의 신체조건에 가장 적합한 상태의 기류를 방출하는 감성공학적 에어컨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과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 생활시스템 연구소와 중앙대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내온도, 풍량, 방출각도, 사용자위치에 따른 기류온도와 관련된 데이터 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최적의 쾌적감을 느낄 수 있는 방출기류제어에 유전자 알고리듬을 응용한 것이다.
이 유전자이론이 에어컨 제어에 응용되는 구체적인 과정은 우선 실내온도, 기류, 방출각도등과 같은 조건집합을 하나의 유전자염색체로 보고 코드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들이 최적냉방에 적절한지의 여부를 평가하는 적합도 함수를 만들고 구체적인 수치로 전환한다.
여기서 적합도가 높다는 것은 최초에 추론된 최적 수치와 비교해서 오차와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전학상의 환경적응과정에 비유 될 수 있다.
다음은 최초의 조건집합(유전자)에서 높은 적합도를 갖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인데 이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개념과 상응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된 조건집합(우성 유전자)을 더욱더 좋은 조건으로 만들기 위해다시 상호 조합 되거나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우성유전자 교배), 예상밖의 돌출조건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전혀 엉뚱한 조건수치를 대입 하는데 이 과정이 유전학상의 돌연변이현상을 응용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용자에게 각각의 주관적 감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냉방기류를 방출해 낼 수 있는 에어컨 제어가 실현된 것이다.
지금까지 수학적인 단선형의 모델링이 아닌 인간의 언어, 감성적영역의 모델 링의 최첨단기법으로 퍼지이론이나 뉴로퍼지이론이 응용되었으나 이 방법들이 전문가의 경험적 지식이나 시행착오 시험에 오랫동안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과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제시된 유전자 알고리듬은 규칙 의 생성과 최적해법을 짧은시간에 보다 정확하게 얻을 수 있어 이번 삼성의 에어컨 개발을 계기로 각종 가전제품 개발에 활발히 응용될 전망이다.
<유형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