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사의 펜티엄 칩 결함 파장에도 불구하고 이 칩을 탑재한 개인용 컴퓨터의 수요붐이 여전히 계속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월스트리트 저널"지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패커드 벨, AST리서치사등 인 텔 칩을 사용하는 PC제조업체들은 인텔칩 결함 파장 에도 불구하고 주문량을 다 대지 못할 정도로 일시적 공급부족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
조사기관과 일선 판매현장의 보고에서도 펜티엄칩 결함이 이 제품 장착제품 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징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6개 거대도시에 근거를 두고 있는 시장조사업체 ARS의 10월 조사 통계에 따르면 인텔 칩 장착 컴퓨터는 이 기간동안 미국내 소매점에서 판매된 총컴퓨터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높았다.
이런 추세는 결함 파장이 강타한 지난달 말에도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유력 컴퓨터 체인점인 컴퓨USA에 따르면 결함 파장이 절정에 달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동안 펜티엄장착 PC의 판매량이 처음으로 486 칩장 착 제품의 판매량을 상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크리스마스 시즌의 영향도 부분적으로 받았겠지만 그보다는 PC시장의 구매리더계층의 변화가 근본 원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C 구매의 리더 계층이 과거 기업 고객에서 일반인으로 중심이동을 했다는 것.
과거엔 새로운 PC가 나오면 기업 고객이 먼저 구입해 사용한 뒤 일정 기간이지난다음 일반인들이 구매했으나 지금은 일반인이 PC 구매를 선도하는 패턴 이 정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칩 결함이 일반 PC 사용자와는 무관하다는 인텔측의 해명과 펜티엄PC 제조업체들의 구매 권유로 일반인들은 결함 파장권에서 벗어나 펜티엄 PC 선택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와 상통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에서의 펜티 엄 PC 판매량은 4백만대로 예상되며 이중 상당부분이 일반인 구매분일 것이라는 관련전문가들의 분석도 이같은 변화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1년전에 비해 1천달러 정도 인하된 가격과 고성능 대용량을 필요로 하는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의 등장은 일반인들의 펜티엄 PC 구매를 부추기는 요소가 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펜티엄 PC는 지금까지 선보인 어떤 컴퓨터보다 빠른 기간에 판매 량이 급증한 제품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것.
더욱이 현재 2천달러 수준인 제품 가격이 내년말엔 1천5백달러까지 내려갈것으로 예상돼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볼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지만 인텔의 마케팅 전략 의 승리라고도 할 수 있다.
호환 칩 메이커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텔이 구사해 온 신제품 발표 사이클 단축 및 그에 따른 제품가격의 인하가 고객의 이탈을 미리 차단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펜티엄 칩의 강력한 라이벌인 "파워 PC" 진영의 제품 출하가 늦은 것도 이번파장에도 불구하고 펜티엄 PC의 판매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한 요인이라 할수 있다.
파워 PC 진영에 속하는 애플 컴퓨터사가 일부 제품을 내고 있긴 하지만 IBM 이나 컴팩 컴퓨터등은 내년에나 제품을 낼 계획을 갖고 있는등 적기에 제품 을 출하하지 못함으로써 시장 확대의 호기를 놓쳐 버린 결과가 됐다는 분석 이 유력하다.
어쨌든 인텔은 "칩 결함을 발견하고도 이를 제때에 알리지 않고 감추려 했다 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세계 칩 시장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파장은 다른 한편 세계 고객의 가슴속에 인텔은 부도덕하고 무 책임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 등 이 회사의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손상을 준것도 사실이다.
또 기술이 고도로 발전할수록 제품에 결함이 생길 확률은 보다 커지며 어떤 회사 제품도 결함 발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