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3사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특별소비세 인하로 당연히 내릴 제품값을 보름 정도 앞당겨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양새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해를 마감하는 업계의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있다.
가전3사의 이번 가격인하조치는 삼성의 기습인상에 맞춰 금성과 대우도 같은날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내막은 지난 8월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있다. 삼성이 주요제품의 가격을 평균 5~10%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금성 대우도 서둘러 인하조치를 단행, 가전3사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던 지난 8월 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가전3사의 방침은 소비자로서는 좋은 징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전사들이인하를 발표한 주요제품들이 컬러TV 냉장고 VCR등 가정에서 필수 품으로 여기는 제품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가격 파괴"로 볼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많다. 이번 가격인하에 포함된 제품들이 모두 내년 특소세 인하로 인하조치 가 불가피한 제품들이고 인하폭만큼 인하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불과 보름 앞둔 시점에서 가격인하조치를 발표한 것은 가전사들의 "생 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란 게 대체적인 업계의 반응이다.
이같은 가전제품의 인하를 촉발시킨 것은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8월에도 업계에서 제일 먼저 가격인하를 단행, 타 가전사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라가는 형국이었다.
이번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성사와 대우전자는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가격인하를 단행하는 데에 별다른 이론을 달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 "내부 사정"때문에 이뤄지는 이같은 "깜짝 쇼"에 언제까지 끌려다니며 놀아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인 불만이 쌓여있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95년을 불과 보름을 앞둔 시점에서 특소세 인하로 인한 가격인하가 어느 만큼 업계와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특히 소비자입장에서는 결코 싫지 않은 가전부문의 가격경쟁을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것이 금성사와 대우의 속앓이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이번 가격인하 배경을 소비자물가 안정에 주안을 뒀다고 대국적인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대방을 기휘해 협력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은 내년 특소세 인하조치로 소비자들이 구매를 자제하고 있는시점에서 가격인하를 더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더 나아가 이같은 얘기도 했다. 가격인하를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부문은 올 반도체부문의 이익을 사회 환원차원에서 보전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같은 삼성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받아들이지 않는 표정이다.
특히 이번 가격인하내용이 삼성전자가 아닌 관련부처에서 먼저 흘러 나왔다는 점에서 또다시 전시효과만을 노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승용차 진출 허용과 맞물려 삼성과 반한 국민의 정서를 적극 순화 시키려는 의도가 아니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번 가전3사의 조치가 일부 소비자들과 관련업체들이 당혹스럽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이같이 "오염 된" 생색내기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내 가전사들의 "깜짝쇼"와 "따라가기"의 정책은 소비자들 입장에서 도 별로 달갑지 않은 대목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가전사들은 곱씹어봐야 한다.
특히경제력 집중문제는 뒤로한 채 일회성 생색내기를 남발하는 삼성은 보다 진중한 정책 자세로 변화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주문하고 있다.
<모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