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자를 비롯한 국내 단면PCB원판(CCL)업체들이 내년 1월부터 원판공급가격을 인상키로 함에 따라 PCB업계가 또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두산전자는 최근 원자재값폭등을 이유로 내년출고분부터 단면PCB원판의 가격 을 현재 가격보다 6.8% 올린다는 공문을 PCB업체들에게 전달했다.
이어 코오롱전자도 정확한 인상률은 밝히지 않은 채 비슷한 내용의 인상통보 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PCB원판공급가인상은 올해만도 연초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국내원판수요의 80%정도를 공급하고 있는 두산전자는 이번 가격인상과 관련해 "펄프.메탄올등의 주요원자재의 현물시장가격이 올들어 크게 폭등해 이에따른 인상요인만도 12%이상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이번 인상은 이에따른 어쩔수 없는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페놀원판의 주원자재인 펄프의 경우 올초 현물시장가격이 t당 3백80달 러선이었으나 최근에는 5백70달러선으로 무려 50%이상 뛰었다. 킬로그램당2 백50원하던 메탄올 역시 무려 3배나 오른 7백50원을 호가하고 있는 실정이 다. 이같은 원.부자재가 인상요인에 대해서는 PCB업체들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편이다.
문제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원판가격인상을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업계현실 에 있다.
페놀원판은 단면PCB제조원가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단 1~2% 의 인상으로도 PCB업체는 가격경쟁력확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세트업체의 대부분이 원가인상에 따른 가격을 보전해주기는 커 녕 가격경쟁력확보를 빌미로 PCB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세트의 "가격파괴"붐이 거세게 일고 있는 올해의 경우 부품업체들에 대한 가격인하요구는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PCB업체들은 원판가격이 들먹일 때마다 업체와 세트업체의 중간 에서 항상 "죽어나는 것은 PCB업체뿐"이라며 인상불가론을 강력하게 내세워왔다. 올초 원판공급가격인상을 둘러싸고 무려 3~4개월동안 원판공급업체와 소모전 적인 마찰을 빚은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었다.
이번의 경우도 가격인상요인이 터무니없다는 생각보다는 바로 PCB업체들의 이같은 입장을 뻔히 알면서도 일방적인 인상통보를 해온 원판업체들에 대한" 섭섭한 감정"도 상당부분 내재돼 있다.
또 이들 원판업체들이 세트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할 말은 할 수 있는" 대기업계열사라는 점도 항상 PCB업체들의 이같은 감정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의 발달과 세트의 고기능화추세에 따라 PCB설계및 조립공정도 종전과는 달리 복잡해지고 어려워져 원가상승부담이 커졌음에도 불구, 세트업체에 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는게 대다수 PCB업체들의 현실"이라는 한 업계 관계자의 자조섞인 말도 결국 원판업체들을 겨냥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따라 최근 가격인상통보를 받은 PCB업체들의 반응은 인상불가론쪽으로모아지고 있다.
워낙 인상폭이 큰데다 세트업체들이 인상가격을 보전해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게 PCB업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그러나 두산등 공급업체들의 인상의지가 워낙 강력하고 원판시장의 수급상황 도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PCB업체들의 이같은 불가론은 많은 한계를 안고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가격인상은 공급이 남아돌던 올초와는 달리 원판의 품귀조짐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수요업체인 PCB업체들의 입지 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공급부족과 가격인상이 맞물림으로써 이에 맞서 수요업체가 대응할 수 있는공급선전환등의 버팀목을 활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 이미 상당수의 업체들이 세트업체로부터 내년상반기물량까지 주문을 받아놓은 상황이어서 원판수급을 무작정 미룰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업체들은 거래세트업체들에게 원판가격인상보전을 요청 하는등 자구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 일부업체들은 대만등 저가제품을 생산하는 아시아지역으로 원판공급선전 환을 모색하고 있으나 품질문제등으로 본격적으로 채용하기에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별다른 대안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이번 원판공급가격 인상은 모처럼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는 PCB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특히 금성통신.삼성전기등과 대기업계열업체보다는 세트업체와 가격을 조정 할 때 전혀 "비빌 곳이 없는" 전문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또 직수출PCB물량의 경우 이미 내년상반기물량까지 가격이 결정된 경우가 많아 이번 원판공급가인상은 PCB업체들에게 안팎으로 부담을 주는 상당한 파장 을 가져올 전망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