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펜티엄PC 생산포기 선언은 그동안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탑재 IBM호환기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업계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IBM의 펜티엄칩 생산중단은 올 겨울방학특수를 노리고 있는 국내 PC업 체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지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다.
IBM은 "자체 조사결과 펜티엄칩의 오류 발생도가 당초 인텔측의 발표보다 훨씬 높아 펜티엄칩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펜티엄PC 생산중단의 주원인 은 칩 결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만일 IBM의 펜티엄PC 생산중단이 액면대로 칩의 중대한 결함 때문이었다면문제는 심각하다. 여타 펜티엄PC 메이커들도 생산을 당장 포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칩을 구매,PC를 조립 판매한다는 것은기업윤리상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발표이후의 상황은 오히려 당초 IBM의 의도와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IBM을 당혹시키고 있다.
우선 이번 칩오류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스프레드시트" 즉, 표계산용 프로그램 공급업체인 로터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양사는 IBM의 발표직후 성명 을 통해 자사 소프트웨어 사용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게이트웨이2000 델, 패커드벨을 비롯한 세계적인 펜티엄PC 메이커들은 오히려 펜티엄을 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IBM의 발표직후 대대적인 대인텔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펜티업 호환칩 업체들인 AMD, 사이릭스, 넥스젠사와 AIM 멤버인 모토롤러와 애플등은 침묵 으로 일관하고 있어 IBM을 미묘한 입장에 놓이게하고 있다.
인텔은 펜티엄 칩의 결함이 IBM의 주장대로 치명적이라면 이같은 상황 전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IBM의 이같은 공세로 "인텔진영"의 관계는 오히려 돈독해지고 있고 IBM 만이 이 문제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인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IBM의 펜티엄PC 생산중단 발표의 저의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IBM의 PC전략은 "PC에서 메인프레임까지 하나의 체제를 구축, 컴퓨터산업의 맹주로서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위해 지금까지 운용체계 OS 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MPU에서는 인텔에 의존하는데서 철저하게 탈피하겠다는 의도이다.
MPU 부문에서는 모토롤러.애플과 공동으로 AIM을 구성, "파워PC"칩을 개발해 인텔의 펜티엄을 대체해나간다는 것이 기본전략이다. 이 부문에서는 인텔과I BM은 숙명의 경쟁관계에 처하게된 셈이다.
그러나 당초 예상보다 파워PC칩을 장착한 PC의 출하가 계속해서 늦어지고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선보인 펜티엄PC는 초기 시장진입단계를 훨씬 벗어나 급속도로 보급이 늘고있고 오는 "크리스마스 특수"가 지나면 PC시 장의 대명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파워PC칩을 탑재한 컴퓨터는 애플이 파워매킨토시를 내놓고 있고 IBM은 워크스테이션및 서버 모델에만 장착한 상태이다. IBM의 "파워PC칩 PC"는 내년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IBM의 펜티엄PC 생산중단은 파워PC칩 PC가 본격 출시되기 앞서" 길을 닦는" 전초전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IBM은 현재 펜티엄PC를 제작하고있다. 물론 기본적인 방침이 파워PC쪽이지만 기존의 고객보호와 일정량의 매출확보를 위해서는 펜티엄PC생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IBM은 현재 인텔의 고객이기도 하다.
IBM은 이같은 2원화된 PC전략으로 펜티엄PC의 출시가 늦어져 선두업체들에게 밀리고 있는 상태로 게이트웨이2000, 패커드벨, 델사등이 현재 전세계 펜티엄PC시장을 석권하고있다.
국내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금까지 보급된 펜티엄PC는 약 8만대. 이중 IBM이 공급한 물량은 7백여대로 전체 시장의 1%, 최대 공급업체인 대우통신 의 월평균 매출에도 못미치고있다.
펜티엄PC생산 중단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IBM이 여타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작은 셈이다.
IBM의 테스트 과정에 대해서 아직 구체적인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나 "칩을 제대로 테스트하려면 무작위로 선정된 숫자를 사용해야 하는데 IBM은 자의적 으로 숫자를 선정, 결국 오류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IBM의 펜티엄PC 생산포기 선언을 "모처럼 맞은 컴퓨터산업의 호황세를 볼모로 PC사업재건을 꿈꾸는 IBM의 무리수"로 보이게 하는 결정적 인 원인을 제공하고있다. 더구나 발표시점이 펜티엄 보급의 분수령이 될 연말 크리스마스 특수를 앞둔 것이어서 더욱 미묘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논리는 펜티엄칩의 결함과 이에따른 대책을 조기에 마련, 소비자 를 보호하기 보다는 차세대 MPU시장 선점을 위한 양대기업간 과당경쟁으로 본말을 변질시키고 있다.
현재로서는 거인 IBM의 갑작스런 펜티엄 생산중단은 "버블"로 판가름날 공산 이 크다.IBM이라는 명성(?)이 초기 파장을 일으키고있으나 실제 시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분석되고있기 때문이다. <이경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