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갑술연" 한해도 이제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컴퓨터업계에 있어서는비교적 희망찬 해로 기록된 올해는 전반적인 경기활황 국면에 힘입어 수년간 의 불황의 늪에서 탈피, 본격 성장국면에 접어들면서 도약 가능성을 새롭게확인하는 한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 한해였다. <편집자 주> 행정쇄신위의 PC의 KS규격 폐지 결정을 전후로 국내 중소컴퓨터업체들과 대기업 사이에 벌어졌던 뜨거운 논쟁은 국내 PC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다시한번 생각케하는 일이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우리 컴퓨터업계가 초대형 기업이 아니면 영세한 소기업이 라는 극단적인 이원화 구조를 가짐으로 해서 업계상호 스스로의 의견절충을 통한 자율조정 기능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줘 앞으로 업계전반의 의견 을 절충하고 대변할 수 있는 단체나 기구의 설립 필요성을 제시해 주기도 했다. PC의 KS규격폐지 논쟁은 지난 10월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20여 개 중소컴퓨터업체들이 중심이 돼 중소기업에도 정부조달사업에 참여할 수있도록 PC의 KS규격표시 지정제도를 폐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비롯됐다.
중소컴퓨터업체들은 이같은 건의를 통해 "컴퓨터가 3개월 주기로 모델이 바뀌는 등 기술진보가 급속히 진행되는데 비해 KS규격이 이같은 추세를 따라갈수 없어 KS획득 조건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따라서 KS제도라는 것이 대기업 에게 정부조달 물량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 했었다. 이들 업체들은 또한 "KS제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과다한 비용 뿐만 아니라엄청난 서류업무를 전담할 인력의 절대 필요 등 조건이 까다로운 KS규격은 벤처기업의 성격이 강한 중소 컴퓨터업체들에게는 넘기 어려운 벽"이라며 이 때문에 KS를 획득한 중소 컴퓨터업체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KS규격 폐지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이같은 PC의 KS지정제도 폐지검토가 알려지면서 대기업이나 소비자단 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대기업들은 "PC에서 호환성, 안정성 등 성능을 규정하는 것으로 반드시 존속 돼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고 소비자단체도 "소비자들이 품질이나 신뢰성, 애프터서비스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며 KS지정제도 폐지를 반대했다.
KS제도 폐지논쟁은 관계부처및 단체로 확산돼 이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른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는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였다. KS제도의 주무부처인 상공부나 공진청은 KS지정제도 폐지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데 비해 조달청은 KS제도가 대기업의 입찰담합을 조장하고 있다고 폐지방침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밖에 주로 대기업들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있는 한국정보산업연합회는 KS지 정폐지 방침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는 등 의견이 각양각색이었다.
이 사건은 행정쇄신위가 지난 10월 14일 KS지정제도의 폐지를 결의, 중소기 업의 정부입찰 참여 길을 터줌으로써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같은 결정은 그동안 정부조달 사업에서 배제됐던 중소기업들에게 약 2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행정전산망, 교육망 등 각종 정부조달 사업에 참여할 수있는 길을 터줌에 따라 행정규제 완화차원에서는 획기적인 조치로 기록되고 있다. 다만 애프터서비스 기능이 미흡하고 도산 등 기업부침이 심한 중소기업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국가기간전산망 기기의 유지보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 하는 숙제를 남겨놓고 있다.
총무처는 이같은 문제를 구매규격 내에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제공, 고장후 8시간내 고장수리, 호환성 제공 등의 조건을 추가하는 등 구매규격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원칙은 이미 한국전산원이 총무처에 보고한 내년도 행정전산망 구매규격 (안)에 이미 반영돼 있으며 이 안은 현재 행정전산망추진위원회의 결정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