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거대 미디어업체들이 유럽대륙뿐만 아니라 아시아.중남미등 제3세계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가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미디어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서구의 미디어업체들이 세계 각지로 팔을 뻗어가고있는 것이다.
선봉에 선 업체는 호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사. 뉴스사는 이름 그대로 동서남북(NEWS)전방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7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타임워너와 음악비디오채널인MTV로 이미 전세계에서 2억가구이상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미바이어컴사 등이 있다.
이들 거대 미디어업체에 있어 유럽.아시아.남미지역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미디어분야 신대륙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가운데 유럽시장에 대한 대형 미디어업체들의 관측은 우려반 기대반. 우려하는 면은 유럽연합(EU)이 지역방송국들에게 전프로그램의 50%이상을 유럽적인 내용으로 채울 것을 명령했기 때문인데 대형 미디어업체들은 10년전 "댈라스"등 미국 프로그램을 구입하기 위해 자금을 쏟아붓다시피 한 적이있었던 벨기에의 방송국 RTL이 이제는 지역 프로그램의 공급을 위해 엄청난금 액을 배정한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업체들은 유럽시장이 비록 미성숙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규제가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형 미디어 업체들에 있어 중요하기는 중남미지역도 마찬가지.
이 지역에 CATV방송국을 두고 영향력도 상당히 갖고 있는 타임워너계열 홈 박스 오피스(HBO)의 베네수엘라지사는 현지제휴업체 선정에 있어 "지역 프로 그램에, 지역 기술자"라는 신중한 원칙을 갖고 조심스런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NBC방송도 멕시코의 TV아즈테카와 계약을 맺으면서 현지프로 그램 위주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편 이들 미디어업체는 아시아시장만큼은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 지역에도 결국 미디어의 바람이 불어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기 때문인데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우선 아시아에서의 인쇄매체의 발전이 두드러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의 정기간행물 발간은 지난 87년 2천4백12종에서 올해 7천8백67종으로 급증했으며 베트남에서는 대략 이 기간동안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매체의 성장이 직접적으로 전자매체시장의 신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들간에는 상관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 틈을 비집고E SPN과 MTV등 미디어 업체들이 동남아시아에 방송국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등이 지역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세계시장 진출에 애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미디어업체들은 일단 유럽에서 중남미, 아시아지역에 걸쳐 중간 점검에 들어갔다. 중국정부와 마찰을 빚었던 뉴스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구업체들은 각 지역의 정부 및 사회체제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 점은 아시아뿐 만 아니라 벨기에나 프랑스처럼 민주주의가 앞선 나라에서도 미디어업체들의 진출을 패권주의라고 경계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수 있다. 아시아지역의 경제력 향상과 미디어산업의 성숙에 따른 자국 중심의 프로그램 공급및 제작능력도 고려해야 할 사항. 프로그램을 각국 언어로 더빙하는작업뿐 아니라 지역의 인종.문화등의 다양성에 근거한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나 독일의 베텔스만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유럽시장의 수호에 나선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역업체들의 완강한 저항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업계 관계자들은 세계시장 진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우선 기술이 발전하면서 민간경제가 힘을 얻고 경제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는점등이 미디어 확산의 대세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시장의 성숙도가 더해감에 따라 미디어업체들은 프로그램을 보다재미있고 알차게 채워나가는데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시청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채널을 선택하는 시청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