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EMI필터 저가공세

삼성전기가 최근 전자파장해(EMI)필터 가격을 시중가보다 30~40%나 인하, 기존 중소 공급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EMI비드필터.LC필터.칩필터 등 EMI필터 영업을 크게강화하고 있는 삼성전기는 최근 범용 EMI필터인 비드필터의 가격을 통상공급 가(개당 20원 안팎)보다 무려 30~40%나 낮은 9~13원선으로 낮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가 주력 공급하고 있는 삼성전관.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관계사는 물론 금성사.대우전자 등 대형 수요업체들도 EMI필터업체들에게 공급가격을 삼성전기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TDK.무라타 등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공급업체들까지도 삼성의 저가 공세에 대응, 공급가를 10원대로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EMI필터시장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실장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 EMI필터의 주종을 이뤄온 기존 액시얼타입(수평실장)을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레이디얼타입(수직실장)으 로 저가공세에 대응, 국내 중소 전문업체들의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의 이같은 저가공세는 EMI검정의무화로 91년 이후 국내 EMI필터시장이 매년 20~30%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국내 공급업체들이 대부분 영세 하다는 점을 감안, 조기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은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TDK.무라타 등 세계적인 업체와의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업체들은 "EMI비드필터에 1~2개가 채용되는 핵심소재인 페라이트코어 가격만 따져도 4~10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의 가격은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것"이라며 "삼성의 이같은 가격파괴는 일본업체들의 덤핑에 가까운저가공세를 조장, 많은 중소 전문업체들의 도산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EMI필터시장은 연간 4백억~5백억원을 형성하고 있고 이중 비드필터시장 은 약 10%인 2억개(40~50억원)규모로 추산되는 가운데 TDK.무라타 등 외국 업체 주도하에 삼화.보암 등 중견업체와 20~30개의 중소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