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까지만해도 내수정체와 수출활황으로 예상됐던 VCR시장이 올해 연말을앞두고 마지막 매출확대경쟁이 치열하다. 내수쪽에서는 가전3사 모두 12개월 무이자할부판매에 나서는등 특소세인하에 따른 대기구매를 유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출쪽에서도 경쟁국인 일본의 엔고영향으로 공장을 풀가동 마무리 선적작업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내년에는 무궁화위성발사에 따른 위성방송시대의 도래로 내수시장이 경우에따라 폭발적으로 커질 수도 있는 반면 수출은 EU업체의 반덤핑제소와 무역장벽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올해 VCR시장은 2천8백억원규모로 추정된다.
VCR는 세탁기나 냉장고처럼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는 않지만 학생들의 겨울방학이나 졸업.입학선물이 많은 12월에서 3월까지 판매가 특히 많이 이루어진다. 연간 판매량의 40%이상이 이기간동안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이 기간동안 VCR시장에 거는 가전3사의 기대도 그 만큼 크다. VCR시 장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모노방식의 음성출력기능을 채용한 VCR가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올해부터는 하이파이 테이프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하이파이VCR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현재 판매된 VCR의 30%정도가 하이파이VCR인 데 앞으로 그 비중이 더욱 늘어나 95년에는 전체판매량의 50%정도를 차지할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CR 수요패턴이 종래 중저가 제품위주에서 고가제품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업계는 올해 VCR수요가 1백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98만대에 비해 12%신장한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져 수요량은 1백30만대에 이를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등의 수요량이 한자릿수의 성장에 그치는 것에 비교하면 VCR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VCR수요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가전3사가 전례없던 12개월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하면서 특소세인하에 따른 대기구매를 실구매로 흡입하고 있는데다 하이파이 VCR, 다이아몬드코팅 VCR등의 출시로 중복구매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요를 겨냥, 가전3사는 시장선점을 위한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품질고급화를 위해 해외기술을 도입하고 첨단기술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디자인 및 음성출력방식의 고급화를 통해 수요창출 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가전3사의 VCR판매전략은 "질"보다 "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품질로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가격이나 특이한 판촉경쟁 에 치중해온 탓이다.
물론 일반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자체가 업계의 이같은 면을 부추긴 점도 적지 않다. VCR 구매결정포인트가 제품의 기능보다는 가격에 있다는 소비자구매태도조사결과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여건이 달라졌다. 양경쟁만으로는 더이상의 수요확대를 촉진 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몇년사이에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생활의 질이 높아지면서소비자들이 깨끗한 화질과 편의성이 강조된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마디로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유발할 수 없는 제품이면 판매를 할 수 없는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올들어 가전3사가 다이아몬드코팅 기술을 채용한 VCR를 앞다퉈 내놓은 것은이같은 포석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난 것이 기존제품과 차별화된 제품개발이다. 다이아몬드 코딩 기술을 적용, 화질을 개선한 "다이아몬드 VCR"의 대거 출시도 이러한 맥락이다. 다이아몬드 기술적용 VCR는 기존의 제품과 달리 테이프가 닿는 헤드나 헤드 드럼에 첨단소재인 다이아몬드 필름으로 코팅, 테이프의 이물질을 줄여 초기화면 화질을 그대로 지속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7월 KIST와 공동으로 처음 다이아몬드 코팅 VCR를 개발한 대우전자는 자사 전 제품에 대해 다이아몬드 코팅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다이아몬드 코팅 기술을 적용한 VCR 9개 모델이외에도 내년초에 3개 모델을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금성사는 현재 2헤드 VCR 1모델(GHV-160D)을 비롯 4헤드 2모델(GHV420D, GHV 650D), 하이파이 VCR 2모델(GHV-760D, GHV-750D) 등 총 5개모델의 다이아몬드 VCR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와는 달리 VCR헤드에 다이아몬드 코팅처리한 VCR을 내놓고 있는 삼성전자는 현재 4헤드 2개모델(SV-4200, SV-5200D)과 하이파이 1모델(SV-7200 D, SV-250D)을 합쳐 4모델로 다이아몬드코팅 VCR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특히 다이아몬드 코팅기술경쟁은 화질개선이외에도 업체간의 "세계최초개발" 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의 자존심경쟁으로까지 업체간의 감정싸움에 불을 붙였다. 최근 무혐의 처리되긴 했으나 "시민의 모임"까지 가전3사의 다이아몬드 VCR 광고내용이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허위과장광고 제소를 하는 사태도 있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코팅 VCR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수요가 늘기 시작, 올해의 전략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 월 평균 3만대 이상의다이아몬드코팅 VCR가 판매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다이아몬드 VCR의 수요증가세는 대우전자보다는 못하지만 만만찮다.
VCR에 캠코더의 카메라를 내장하여 기업체의 회의녹화나 매장을 감시하는 VCR 까지 등장, 기존의 "보는 VCR"의 도식이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러한 기능의 눈달린 VCR(모델명 SV-250D)를 아이디어상품으로개발, 본격적인 출하 를 앞두고 있으며 금성사도 내년을 목표로 감시기능이 포함된 새로운 개념의 VCR 출하를 준비중이다.
금성사는 이에앞서 지난 2월 VCR 스스로가 이상유무를 진단하는 자가진단 VCR를 비롯 주요 조작방법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말하는 VCR"도 발표, VCR의 기능 다양화에 대한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더욱이 금성사와 삼성전자는 비슷한 시기에 세계 어느나라의 방송방식과 상관없이 재생이 가능한 전세계공용 VCR를 내놓았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대우전자도 이러한 세계공용 VCR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방송전송 방식인 NTSC식 제품개발에 주력해온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 또한 VCR시장의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올해 VCR시장의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하이파이 VCR제품의 개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금성사는 현재 4개의 하이파이기능을 채용한 VCR GHV-750D를 비롯 GHV-700,G HV-760D, GHV-910등 4개모델이고 삼성전자는 1백10만원대의 SV-9900S를 비롯 염가형 VCR SV-8200, SV-7200D, SV-7150등 4개모델을 고급제품으로 개발, 고급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저가 VCR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대우전자는 VCR제품의 다양화전략에 따라 현재DV-G892 1모델을 하이파이 VCR로 시장파악에 들어갔다.
이들 업체가 그동안 40만원대의 중급 4헤드 VCR에 주력하던 것에서 벗어나 50만원대 이상의 하이파이제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포화상태에 이른중급.저가시장보다 하이파이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고 이윤이 좋은 고급제품으로 신규수요를 개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VCR의 가정보급률은 70% 정도에 그치고 있다. VCR를 갖추지 않고 있는 가구는 10가구중 3집에 이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혼인에 따른 신규수요와 대형제품으로 대체수요로 단일 가전제품으로 그 규모가 작지않다.
VCR의 올 연간수요량은 모두 1백10만대. 금액으로 환산하면 모두 2천8백억원 이나 된다.
가정보급률 96%정도에 이르는 세탁기의 시장규모가 6천5백억원이고 보급률1 백%가 넘는 컬러TV가 7천6백억원에 달한다고 봤을때 VCR시장이 결코 "소홀 히 할 시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그만큼 시장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내수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VCR의 수출시장도 활황을 보이고 있다. 수출시장에서 한국산 VCR의 성가가 높아지고 있다. 수출물량도 크게 늘어나고있다. 이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EU지역의 반덤딩제소에도 불구, 꾸준한 품질 형상과 기술개발노력을 통해 수출시장을 개척해온 결과로 풀이된다.
VCR 수출은 지난91년 12억8천6백만달러에서 92년 11억8천1백만달러로 주춤했다가 93년에 증가세로 돌아서 전년대비 10.9% 늘어난 13억1천만달러로 급신장했다. 특히 올들어서는 지난 10월말 현재 12억2천3백만달러의 실적을 기록,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11.3%라는 놀랄만한 성장세를 나타낼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있는 중이다.
가전3사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해 VCR수출은 14억6천달러에 이를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역별로는 미국의 경우 올 10월까지 지난해 보다 6.9%마이너스 신장 한 4억9천만달러에 그치고 있으나 EU지역은 오히려 예년에 볼 수 없는 호황 을 누리면서 전년대비 20.4%의 신장률을 보이면서 1억1천7백만달러의 실적 을 기록했다.
특히 엔화 강세에 따라 일본이 VCR유망수출시장으로 부상하기 시작, 가전업체의 VCR수출 의욕을 더욱 붇돋워주고 있다.
또한 까롭기로 유명한 일본에도 VCR 수출이 늘어 올해 10월말까지 수출실적 이 전년동기대비 24.4% 신장한 4천1백만달러에 이르렀으며 중국은 지난해같은 기간보다 2배이상 늘어난 2천6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우리 가전업체들이 미국, EU지역, 일본등 해외에서 수년간 정성 들여 시장을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VCR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현재 일본과 경쟁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는 점도 우리 VCR의 해외수출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금성사와 삼성전자의 VCR가 해외 전문잡지에 "베스트바이"로 선정되는 등 메이드 인 코리아"는 낮은 품질의 저가제품이라는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VCR사업이 해외진출을 적극 시도해야 할 좋은 시점은 지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수출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국내 가전업체들의 노력도 전제돼야 하겠지만 VCR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VCR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기술개발이 절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핵심부품소재산업을 적극 육성해 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금 기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