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승용차부품 선정 배경과전망

삼성의 승용차부품공급주관업체로 삼성전기가 선정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볼수 있다. 그간 그룹에서 검토해온 부품업체육성방안중 삼성전기가 선택되는 것이 가장 무리가 없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이 사회적 경제적 제약 없이 승용차에 진출했다면 이같은 결정은 다소 바뀔 수도 있었다. 그룹이 검토했다는 시나리오가 이를 증명해 준다.

삼성은승용차시장진입을 전제로 전문부품업체를 신설하는 방안과 기존 상용 차부품협력업체를 육성하는 두가지 방안을 중점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업체를 신설하는것은 현대나 대우.기아등 기존완성차업계가 취하고 있는방식으로 자체부품물량을 소화하고 여력이 생기면 곧바로 연관 사업에도 진출 거대기업군을 형성할 수 있는 "실속"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의 만도기 계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올해 매출만도 1조원이 넘는다.

기존 상용차협력업체의 육성은 라인 업을 그대로 둔 채 기술및 자금을 지원 하는 것이다.경쟁사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중소기업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기업명분상 "매력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삼성이 기존업계와 정부를 상대로 "전투(?)"를 치르듯 승용차에 진출하는 바람에 선택하기 어려운 과제로 넘어가 버렸다. 전문업체를 신설하면 특히 여론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삼성이 승용차시장진입을 전제로 기존계열사를 매각하는등 경제력집중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전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대형부품업체를 새로 설립하는 것은 여론의 호된 질책을 자초하는 행위다.

상용차협력업체지원 방안도 삼성입장에서 보면 "약효"가 별로 뛰어나지는 않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어차피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고 고급인력이 집중투입되야 한다면 굳이 "남 좋은 일" 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종합전자부품업체로 기술력에 관한 한 국내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렵다. 자동차와는 물론 성질이 다르다고 하지만 축적된 노하우와 인력이 최대강점이다. 이건희 회장의 표현처럼 자동차는 "기계가 아니라 전자"라는 명제를 받아들이면 더욱 확실해 진다. 삼성은 승용차의 경쟁 상대는 외국기업이지만 굳이 국내업체를 꼽으라면 현대를 선택한다. 삼성은 후발주자다. 경쟁이 가능하려면 특화.강세부문이 있어야 한다. 삼성이 자랑하는 것은 전자기술이다. 메카트로닉스에 관한 한 현대에 뒤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전기는 그 출발점을 맡게 됐다.

부품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보다는 오히려 앞으로 변하게될 삼성전기의 위상에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매출이 9천4백억원에 이를 것으로추산돼 내년에는 우리나라에도 일반부품매출 1조원시대를 열 것이 확실하다.

경쟁사이면서랭킹2위 업체인 금성알프스의 매출이 올해 2천5백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덩치의 크기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삼성전기가 시장 규모가 전자와 맞먹는 자동차부품 분야에까지 진출하면 외형은 더욱 커진다. 시기가 언제일 지는 몰라도 자동차관련산업 진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마디로 "초대형 부품업체"가 등장하게 된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삼성전자의 FDD(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부문도 이관 받는다.

이시장은 국내에서 독점이다. 사업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기의 팽창은 기존업계에는 위협적인 칼날이 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기반이 취약한 부품업체들은 달갑지 않은 "강자"를 만나게 된다. 특히 삼성 이 약속한 초기 국산화율 70%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체기술과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기존업체들로부터 인력을 대거 빼내가는 상황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삼성전기가 승용차와 관련해 가장 확실하게 개발, 생산할 수 있는 부문은 모터류와 일부전자제어장치에 소요되는 부품등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삼성측은 이를 단호히 부인한다. 이 미 전그룹사를 대상으로 승용차 사 업참여희망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한다. 연내에 신입사원모집공고도 낼 계획 이라고 한다. 정부와 업계에 약속한대로 "자력갱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전기가 생산하게될 정확한 품목과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한다. 내년1.4분기는 지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기의 승용차부품진출은 이제 시작이지만 생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