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CB원판공급가인상....합리적 해결 찾아야

"이번 만큼은 제 가격을 다 받아야겠다"(원판업체) "한 푼도 올려 줄 수 없다"(PCB업체) "내 알 바 아니다"(세트업체) 최근 원판공급가격 인상을 둘러싼 관련업계간 반응들을 요약한 것이다.

소재(원판),부품(PCB),세트업체가 보인 이같은 신경전에는 국내 전자업계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누누이 지적돼온 세트와 부품업계간의 벽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그동안 구호처럼 외쳐온 "동반자적 관계"는 어느 한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소재가격이 오르면 부품가격이 오르고 이는 다시 세트에 전가되는게 자연스러운 시장사이클이다.

그러나 국내 PCB시장은 그렇치 못하다.

원부자재의 국제공급가 폭등으로 인한 원판가격의 불가피한 인상을 수용할 수 없는 게 PCB업계의 현실이다.PCB의 수요업체인 세트업체가 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세트업체도 수출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하는 나름대로의 속사정이 있다.

문제는 이들 세 분야의 업체들이 정상적인 연결고리를 맺지 못한채 표류한다 면 이 가운데 어느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데 있다.

"힘의 논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피해자는 PCB업체가 될 확률이 단연 높다.

소재와세트업체들의 대다수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이제까지의 관행은 더 이상용납돼서는 안된다.결국 "공급과 수요"로 귀결되는 이들의 관계가 어느 한편의 약화로 무너질때 장기적으로 그 파장은 전전자산업의 경쟁력약화로 나타날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업체끼리 소모적인 신경전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때다. 이를 위해서는 각 관련업계는 무조건식의 인상요인의 전가나 회피 보다는 원가절감을 위한 자체 흡수노력을 보다 가시화 해나가야 한다. 소재.부 품.세트업계간의 신뢰회복이 경쟁력확보의 지름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구조적으로 수출시장 개척에 힘써야 하는 국내 전자업계로서는 공동의 상대가 밖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