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북아일랜드 윈야드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복합전자단지 기공식에 서 마이클 헤젤타인 상공부장관은 기자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삽을 들어줄 것을 요구하자 삽을 어깨에 둘러메고 포즈를 취했다. 신사의 나라로 권위와 명예를 중시하는 영국의 상공부장관으로서는 의외의 행동이었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외국업체들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삽을 드는 것(?)보다 더한것도 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삼성전자의 복합전자단지기공식에 앞서 삼성전자측이 헤젤타인 장관에게 안전모를 쓰고 포클레인에 앉아 포즈를 취해줄 것을 제의하자 흔쾌 히 승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삼성전자의 김광호부회장이 영국 상공부장 관에게 어떻게 그런 포즈를 요구할 수 있겠느냐는 배려(?)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헤젤타인 장관의 수락은 한마디로 뜻밖이었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들 의 설명이다.
헤젤타인하면 영국의 대처총리를 권좌에서 밀어낸 유명한 정치인이다. 존메 이저에 이어 차기 총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영국의 해외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차기를 노리는 헤젤타인의 정치적목적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영국 실업 률을 생각하면 그의 이러한 행동은 이해가 간다. 산업별 취업인구 비율을 보면 2차산업의 종사자가 전체의 30%로 3차산업의68.8%보다 크게 작아 산업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전통적으로 우위를 지키던 조선, 탄광 등이 사양화 되면서 실업률이 9.6%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의깬 눈으로 보면 이러한 실업률증가와 산업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해외자본 투자유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때문에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헤젤타인의 이같은 파격적인 행동은 최고의 행정관료로서 실업률 감소등 각종 정부정책 추진을 위해선 개인적인 체면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관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헤젤타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권위를 앞세워 실리와 명분을 잃어버리는 우리 정부관료들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금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