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SW산업결산;한글 54만불 출하

지난 4월24일 한글과컴퓨터는 우리 정보산업 역사상 영원히 남을 만한 보도자료 한 건을 배포했다. 89년 4월 버전1.0이 발표됐던 한글워드프로세서 "한 글"이 5년만에 54만본(copy)이 출하됐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당시까지 기록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버전 1.0에서 1.53까지 9만4천 본, 버전2.0이 18만2천본, 버전2.1이 26만3천본을 각각 기록했다. 단일 소프 트웨어제품으로 이같은 출하 실적을 기록한 것은 국내사용자는 물론 관련업계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유가 판매되는 국산 소프트웨어 가운데 50 만본 출하는 전무한 기록이었을뿐 아니라 단 5만본이 판매되는 경우도 흔치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글"은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가 순수한 민간영업을 통해 50만본을 돌파했으며 올연말까지 70만본 출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시스템소프트 웨어인 도스와 윈도즈를 제외하고 10만본을 돌파한 유가 소프트웨어는 "한글 " 외에 금성소프트웨어의 "하나"가 전부다. 물론 행정전산망용 워드프로세서였던 "하나"는 관납용으로 88년부터 계약된 물량이었다.

"한글" 50만본 출하돌파 소식은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환경에 종사하는 관련업계 및 개발자들에게 "하면된다"라는 희망과 포부를 심어준 자극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는 89년 창립이후 꾸준한 업그레이드와 사용자 지원을 통해 "한글"을 표준 한글워드프로세서로 정착시켜 사용자들로 부터 갈채를 받았다. 현재 국내 컴퓨터사용자들의 80%이상이 문서작성과 편 집용 프로그램으로 "한글"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글과컴퓨터는 또 "한글"제품의 마케팅측면에서도 정확하고 체계적인 전략 을 구사,기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1백5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패키지회사로 성장, 기업경영 모델도 함께 제시해 주고 있다.

"한글"의 탄생과 성공과정은 현재 소프트웨어개발에 젊음을 바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귀감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글"의 탄생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역사가 된다. 80년대말 당시 국내는 삼보컴퓨터 금성사, 삼성전자, 큐닉스 등 PC제조회사마다 1종 이상씩 자사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한글워드프로세서 춘추전국시대 상황이었다. 그 까닭은각사들이 PC판촉을 위해 이들 워드프로세서를 무상으로 끼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각 워드프로세서들은 자사 PC에서만 실행될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들 뿐이었다.

당시 가장 기능이 우수한 제품으로 꼽힌 것은 삼보컴퓨터의 "보석글"이었다.

"보석글"이오늘날의 삼보컴퓨터 위치를 다져준 것은 물론이다. 사용자들사 이에서는 무상제공되는 "보석글"을 이용하기 위해 삼보컴퓨터의 PC를 구입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한글"탄생의 역사적 의의는 바로 제조회사에 상관없이 어떤 기종의 PC에서도 실행될수 있게 개발된 국내 최초의 한글워드프로세서라는 점에 있다. 이같은 개발배경은 당시 PC사용자들에게 열화와 같은 환영을 받았다. 바꿔 말해 "한글"은 당시 사용자들의 가려운 데를 정확하게 긁어준 셈이었다. 전문 가들은 ""한글"이 PC하드웨어를 가리지 않도록 설계된 것은 당시 개발자들이 최소한 4~5년뒤의 컴퓨터환경 변화까지를 예측한 결과였기 때문 이라고말하고 있다. 즉 하드웨어 중심의 컴퓨터산업과 사용자환경이 최근 급속하게소프트웨어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한글"의 성공은 사용자 요구와 컴퓨터환경의 미래를 정확하게 읽을수 있었던 한글과컴퓨터의 노력과 판단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물론 한글과컴퓨터가 이같은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와관련, 업계와 사용자들은 한글과컴퓨터가 국내 컴퓨터환경을 아직도 도스환경에 머무르게 하고 있는 "주범"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절대적인 "한글"이 아직도 윈도즈용으로 전환되지 못해 국내 컴퓨터사용환경의 발전을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과컴퓨터가 국산소프트웨어 제품 50만본 출하돌파와 같은 명성에 걸맞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한글"의 윈도즈용 전환과 같은 과제들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