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국내 전자업체들로서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거대시장이다. 역외 국가에 대한 배타적인 경제블록화가 이루어진 EU국가와 최근 몇년새 개혁과 개방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동유럽국가들의 적극 공략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자업체들이 현지투자진출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전략지역 이다. 최근 전자업체들이 최대 관심을 쏟고 있는 유럽지역의 투자실태와 환경을 현지취재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영국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동북쪽으로 1시간가량 가면 북잉글랜드의 뉴캐 슬시 클리블랜드가 나온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광업, 철강, 기계공업이 발달해온 임해공업단지이다.
화학, 제철, 자동차 공장건물이 듬성듬성 들어서 황량하기는 하나 도로, 항만등 산업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고 질 좋은 유휴 노동력까지 풍부해 신흥 전자공업단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에는 92년에 설립한 삼성전자의 컬러TV공장이 있다. 종업원이 4백30 명으로 뉴캐슬지역의 전자업체로서는 최대규모이다. 이 TV공장에서는 연간 1백만대의 컬러TV가 생산돼 20%정도가 영국에서 내수판매되고 나머지는 독일 프랑스등 기타 유럽지역으로 수출된다.
TV공장설립이후 2년만에 영국에서 삼성전자의 컬러TV시장점유율이 5%수준으 로 급신장, 일본의 JVC, 도시바 등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 전자는 TV공장이 이같이 성공을 거둠에 따라 인근의 윈야드에 대규모 복합단 지를 건립키로 하고 최근 공장기공식을 가졌다.
총 25만평의 부지에 전자복합단지를 조성해 95년까지 1단계로 컴퓨터용 모니터 전자레인지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이어 2, 3단계로 컬러TV.팩시밀리.PC.
반도체등전자제품과 전자부품공장을 추가 건설한다는게 삼성전자 윈야드 전 자단지조성계획의 골격이다.
영국에는 삼성전자 이외에 금성사와 대우전자도 각종 전자제품 생산공장을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금성사는 지난 89년부터 북잉글랜드 뉴캐슬지역 공장에서 연간 15만대의 전자레인지를 생산하고 있고 컬러TV 생산라인을 구축중이다.
대우전자도 영국 VCR공장이 풀가동중에 있다.
영국 이외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등 EU국가의 우리나라 가전공장들도 별다른 문제없이 가동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지역에 있는 금성사의 VCR공장은 현재의 50만대 생산 규모를 80만대규모로 증설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대우 전자레인지 공장은 풀 가동상태에서 연간 30만대를 생산, 유럽지역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성사는 이탈리아의 냉장고공장에서 3백리터급 이상 대형제품을 연간 20만 대씩 생산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삼성전자 VCR공장도 완전 가동중이다.
노사분규가 한창이던 88년부터 본격화된 전자업체들의 대유럽진출은 8년새 뿌리를 내려가는 1단계 작업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최근들어 업체들 의 기술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유럽통합에 대비한 소극적인 투자양상이 공장증설을 통한 적극적인 형태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투자 열기와는 달리 개혁과 개방이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는 동구권 러시아 제외)투자는 다소 신중한 편이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3개의 전자제품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각각 연간 25만대규모의 컬러TV공장과 60만 대규모의 냉장고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우전자는 20만대규모의 폴란드TV 공장을 가동중이다.
그러나 동유럽에 대한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2~3년내 EU국가로 통합될 가능성이 큰 점도 있지만 노동의 질이 좋아 투자에 대한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슬로바키아의 삼성전자 냉장고공장의 임청업부사장은 "동구권 전반에 걸쳐 주목되고 있는 것은 다른 개도국과는 달리 제대로 교육받은 근로자들이 많다 며 "앞으로 개방화가 급속히 이루어져 자본주의 정신이 제대로만 접목된다 면 동유럽의 노동생산성은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대우전자는 최근 96년까지 총 1억3천만달러이상을 투자, 폴란드에 컬러TV.냉장고.세탁기.카오디오를 비롯 관련부품을 일괄생산하는 종 합가전단지계획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유럽은 이제 더이상 일본이나 미국의 독무대가 아니다. 지난 84년이후 일본가전업체들의 유럽지역 투자건수는 모두 1백40여건이나 된다. 투자금액도 2백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이 최근들어 유럽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10년이상 쌓아 놓은 일본의 아성을 하나둘씩 허물어 가고 있는 것이다.
<금기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