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기선진국" 정부의 역할

며칠전 한국산업기술협회에서 우리 산업기술의 현주소를 진단한 "94 산업기술백서 를 발간했다. 여러가지 진단사항중 과학기술인력의 수급 전망에서 20 10년까지 17만여명의 과학기술인력이 부족하리라는 예상이었다. 전기.전자.

기계분야등 공학계열의 학사급 4만4천명, 석사급 7만8천명, 박사급 5만3천 명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국가 발전의 초석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다져진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과학 기술 인재의 양성에서부터 출발한다.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의 양성은 국가적과제이며 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추진력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과제이다. 현재 전세계는 국가가 나서서 자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많은 국가들이 국가나 지방정부의 지원으로 과학기술 인력양성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1년 한국과학원으로 출발, 20여년동안 고급 과학기술 인재양성의 몫을 수행해 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과기처 산하에 두고 운영하고 있다. KAIST는 정부의 집중지원을 바탕으로 고급인재양성과 연구수행 을 통하여 국내 이공계 교육기관과 산업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러한 점에서 KAIST는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기관을 설립하고 있다. 그 일례로 이웃 일본에서 추진되고 있는JAIST의 설립을 들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KAIST가 국가적 요구에 부응하여 이루어 온 성과와 정부의 지원에 대하여 긍정적 평가를 한다.

KAIST가 지난 10월 그동안 이루어 온 성과와 국가적 여건의 변화를 바탕으로2005년까지 세계 초일류 연구중심 교육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중장기 발전 목표와 세부추진계획을 제시하였다. 세계 톱10 수준의 학문적 탁월성 성취를 비롯해 국가관과 지도력을 갖춘 창의적 고급인재의 양성, 그리고 국제 경쟁 력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혁신선도가 발전 목표들로 제시되었다.

이는 정부가 세계화를 추진하고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위하여 국가적 힘을모으고 있는 이 때에 과학기술인 스스로의 제2 도약을 위한 적절한 노력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바란다.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한차원 높은 세계화를 향한 국가적 과학기술 정책달성 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하고 이에 필요한 정부의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이를 위하여 해야 할 일중 가장 중요한 사항을 두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정부가 종합적인 중장기 과학기술 인력양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점이다. 바람직한 노력을 하고 있는 기관들의 중장기 목표들이 구심점을 찾아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의 틀안에서 수용되어 국가차원의 역할분담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두가지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얻게 된다. 기관의 입장에서 책임과 긍지를 느끼게 되며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으로 목표달성에 힘을얻게 된다. 또한 정부의 입장에서도 지원효과의 긍정적 파급으로 많은 기관 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어 정부의 종합정책 추진에 한정된 국가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는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위한 각종 계획에 대하여 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정부의 구체적 추진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수립된 계획의 타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예산배정의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나 계획만으로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학기술 도서관의 설립계획을 들 수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총 1천8 백50억원을 들여 1백만권의 과학기술서적과 2만여종의 정기간행물을 확보한 선진국 수준의 과학기술도서관을 설립하려는 계획을 수립했으나 실제로 내년예산에는 이의 실행을 위한 예산반영은 없다고 한다. 과학기술 자료의 보유 는 창의적 과학기술 인재양성과 기술자원 축적에 필수적임을 자각한다면 과 학기술도서관 설립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다. 치밀한계획의 수립못지 않게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정부의 의지도 중요한 관건이 된다.

정부가 각 기관의 발전목표가 종합적인 국가과학기술 정책과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이루도록 선도하고 정책의 추진에 앞장 섬으로써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