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리콘 글렌" 전자산업단지로 각광

스카치 위스키와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 7만7천㎟의 면적에 5백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독립적 성격이 짙은 영국내 지방 자치주.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가 자랑인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기술 패권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에서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투자 확대, 기술 혁신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주도 에든버러에서 글래스고로 이어지는 첨단 산업단지인 센트럴 벨트, 이름 하여 "실리콘 글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스코틀랜드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이다.

실리콘 밸리가 미국의 힘을 상징한다면 실리콘 글렌은 스코틀랜드 나아가 유럽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첨단산업단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92년 기준으로 실리콘글렌을 중핵지대로 한 스코틀랜드의 PC 생산량은 유럽 전체의 35%, 반도체의 21%, 워크스테이션의 57%, 은행 자동화기기의 40% 이상을 차지했다는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의 통계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창출에 유리한 소프트웨어분야도 최근들어 크게 활성화돼 3백 여개 기업이 활동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은 물론미국과 일본의 유수 전자업체들이 스코틀랜드를 투자최적지의 하나로 꼽으면서 이곳으로 속속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곳에 투자한 외국 기업은 총 4백62개사.

지역별로는 미국 등 북미지역 업체가 2백28개로 가장 많고 프랑스 53개.일본 30개.네덜란드 22개.스웨덴 22개.독일 21개 등의 순으로 IBM.모토롤러.디지 털이퀴프먼트.내셔널세미컨덕터.휴렛팩커드.NEC.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업체 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투자액도 90~92년엔 연간 3억5천만~4억파운드를 오르내렸으나 지난해엔 5억9 천만달러로 급증, 외국 기업들의 이 지역에 대한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투자가 이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지역에 고급 노동력이 풍부하기 때문.

실리콘 글렌 주변에 있는 12개 대학과 55개 기술대학이 인력 공급의 풀을 형성하고 있다는 게 이 지역 투자창구인 스코틀랜드 투자개발위원회(LIS)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민반관 단체인 LIS가 제공하는 현지 인력 교육.훈련 프로그램, 협력업체 발굴, 인프라 지원, 사후관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 33% 의 법인세율도 외국 기업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례로 일본 캐논의 경우 스코틀랜드에 공장을 지은 후 수송도로 문제로 애를 먹었으나 LSI의 지원으로 이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처럼 스코틀랜드가 외국 기업, 특히 첨단전자산업의 투자유치에 적극적인것은 새로운 기술 및 경영기법의 도입을 통해 산업 활성화와 수출확대를 이루고 나아가 실업 문제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게 LIS측의 설명이다.

조선, 철강 등 전통적 산업의 쇠퇴에 따라 고용 인력이 감소하는 것을 성장 세를 타고 있어 안정된 고용창출이 가능한 전자 산업의 육성으로 만회하겠다 는 의도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93년 기준으로 스코틀랜드의 전자산업은 고용 인력 5만여명에 총생산액이 53억파 운드로 이 지역 제조업 생산총액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또 수출 품중 전자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자산업이 스코틀랜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스코틀랜드는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반도체 등 첨단전자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한 활동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국가의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LIS 아.태 지역 담당자인 브라이언 콜씨는 밝혔다.

이들 지역 기업의 고도 성장 경험이 스코틀랜드에 유입되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을 제외하면 그동안 아시아지역 기업의 스코틀랜드 투자가 저조했다며 유럽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스코틀랜드를 활용할 것을 적극 권장했다.

실제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전자 제품은 영국은 물론 프랑스.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 등지로 상당 부분 수출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량도 적지 않다.

아시아지역 국가중 일본 기업들이 발빠르게 스코틀랜드에 진출, 투자를 확대 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현지 사정에 밝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일본 NEC가 반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확대키 위해 스코틀랜드 공장에 이 지역 외국인 투자규모중 최대인 5억3천만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고순도웨이퍼 제조업체인 신에츠도 80년대 중반 스코틀랜드 리빙스턴에 자리를 잡은 후 투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회사의 구보 가쓰노리(구보승백) 사장은 "96년까지의 투자계획을 이미 수립해 놓고 있다"며 "유럽의 다른 지역에 투자를 할 수도 있었지만 스코틀랜드의 헌신적인 고급 노동력이 우리를 이 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스코틀랜드에서 미래적응 기술 개발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스코틀랜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잇는 것은 일본 업체뿐이 아니다. 세계 유수 의 반도체업체인 미국의 내셔널 세미컨덕터(NS)도 지역별 특화 전략에 따라 스코틀랜드에서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통신, 자동차용 등으로 쓰이는 생산 제품의 90%를 유럽시장에 판매하고 나머지는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크리스 래더스 현지 책임자는 스코틀랜드 공장이 세계 여러 지역에 있는 NS 공장중 최대규모로 3개의 웨이퍼 제조 공장과 유럽 디자인 본부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아날로그와 디지 털을 결합한 합성신호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어서면서 92년 이후 꾸준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스코틀랜드 노동력의 우수성과 높은 생산성 및 실리콘 글렌내 대학들과의 유기적인 산.학 협동의 결과"라고 소개했다. 한편, 외국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스코틀랜드엔 최근 "스코티시 일렉트로닉스 포럼"이 란 단체가 발족,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 NS.IBM.컴팩 컴퓨터 등 40여개 기업이 가입하고 있는 이 단체는 외국투자기업 상호간 및 현지 부품공급업체들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 경쟁 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체 산하에는 기술.공급.재정.환경.교육.상품화.유틸리티.조달 등 8개 분과가 있으며 분과별로 소식지와 세미나, 정기. 비정기 회의 등을 통해 정보교류와 기업활동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데 문호를 개방, 회원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세계 제2위의 가스회사인 영국의 산업용 가스 회사 BOC의 시몬 코니 스코틀랜드 지사장은 이와 관련 "포럼의 활동으로 투자 업체들과의 상호 이해 증진 및 생산 코스트 절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관련업체간 긴밀한 협력체제구축은 스코틀랜드의 생산성이 유럽 1위 를 유지케 하는 중요한 배경이라는 데 이 지역 업체들은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반도체분야의 경우만 하더라도 NS.NEC.모토롤러 등 완제품 생산업체들과 특수반도체 제조업체인 휴즈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EKC테크놀로지(포토 레지스터 컴퓨그래픽스(포토 마스크), 헤라우스(반도체용 부품) 등 각분야 주요 업체들이 실리콘 글렌내에 자리잡고 신제품 개발 및 부품수급 등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이들은 스코틀랜드의 반도체 생산량이 영국 전체의 70% 이상, 유럽 전체의2 0% 이상을 점유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한결같이 "스코틀랜드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