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시장 규모가 올해로 1백만대를 넘었다.
이는 국내에 컴퓨터 대중화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하는 동시에 한때 사망선고 까지 받았던 PC산업의 회복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PC업계는 올해 국내 PC시장은 1백만대를 훨씬 초과한 1백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국내 PC시장 80만대에 비해서는 무려 50%이상 늘어난 것이며올해 전세계 추정 PC생산량에 비교해봐도 3%정도에 해당하는 대단한 것이다. 올해 PC시장이 이처럼 비약적인 성장을 한데에는 전반적인 경제여건 호전, 정보화에 대한 인식확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회복되던 경기는 올해를 기점으로 최고의 호황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정보화 투자욕구를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많은 돈을 풀어놓음으로써 일반인의 PC구매를 유도했다.
여기에다 올해 최대이슈의 하나로 부각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 등 다양한 정부의 정보화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심지어 올해 유난히 많았던 해커침 입사건 등 역기능적인 사건들마저 역설적으로 정보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촉발시키면서 시장확대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PC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PC메이커들의 대대적인 홍보전략도 시장확대에 크게 한몫 했다.
올해의 활황세가 국내 PC산업에 미친 영향은 자못 크다. 새로운 도약가능성 을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국내 PC산업은 최근 2~3년간 사상 최악의 불황의 터널을 지나왔다.
한때 정보기기 수출의 효자노릇을 하던 PC는 90년대 초입에 들어서면서 국제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 한때 대기업들의 사업포기설까지 나돌 정도로 회생불가능으로 여겨져 왔다.
세계적인 PC가격 인하경쟁으로 세계굴지의 기업에 비해 기술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서도 밀리는 현상이 빚어졌으며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서도 현저히 밀리면서 수출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
따라서 대기업들도 그동안 PC사업에서 이익을 남기기 보다는 향후 도래할 멀티미디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없다는 측면에서 사업을 해왔을 뿐이다.
올해의 폭발적인 내수증가는 이같은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킨 것이다.
올해 컴퓨터시장에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를 보면 우선 멀티미디어PC의 보급 확대를 들 수 있다.
이는 그동안의 사무용기기라는 인식에서 탈피, 홈PC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면서 PC를 본격적으로 집안에 들여놓기 시작함으로써 PC대중화 시대개막의 첨병역할을 한 것이다.
486, 펜티엄, 멀티PC 등 다양한 제품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업체별 판매전략 도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히트상품인 "그린컴퓨터"의 판매를 강화한 반면 삼보는 일찌감치멀티PC로 전환을 꾀했고 대우통신은 연초부터 펜티엄 드라이브 정책을 취하 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밖에 컴팩, 한국아이비엠 등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공략도 매우 두드러진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내 PC시장은 내년에도 올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 어서 내년에는 PC산업이 본격 도약기를 맞을 전망이다.
기업의 전산환경이 다운사이징 환경으로 크게 변화하면서 상당한 기종교체 수요가 예상되고 멀티PC의 일반화로 일반인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특수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의 호황속에서도 PC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한 것처럼 국내 PC산업이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점은 가장 우려할 만 한 일이다.
따라서 이같은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확보해 가느냐 하는 문제가 앞으로 국내 PC업계가 풀어야 할 장기과제로 남게됐으며 이 숙제 를 풀지 못하면 결국 국내시장마저 외국의 주요 PC업체들에게 내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