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소프트웨어가 인사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5일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 럭키금성그룹전체가 축제분위기에 쌓여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사장이 전격 경질된 금성소프트웨어는 사내분위기가 그야말로일할 의욕마저 잃은 상태이다.
30년간 골수 럭키금성맨으로 근무해 온 이장규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이유없이 물러난 것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룹차원의 결정이라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을뿐 불만이 팽배해 있다.
지난 92년 금성소프트웨어의 책임을 맡은 이사장은 남다른 경영수완을 발휘 해 이 회사의 외형을 급격히 성장시킨 장본인. 실제로 금성소프트웨어는 지난 92년 2백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3백50억원으로 껑충 뛰면서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로 성장했다.
그동안 이사장은 조직장악력이 뛰어나고 일찍 멀티미디어사업에 눈을 돌려 이 분야에 투자하는 등 사업안목도 나름대로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게사실이다. 더구나 이사장은 소프트웨어업계를 움직이고 있는 20~30대의 젊은이들과 자주 어울릴 정도로 건강을 자신하고 있었던 점으로 볼 때 이번 경질 이 건강상의 문제도 아닌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이사장이 경질된 배경에는 다른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금성소프트웨어의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평소 소신파로 알려진 이사 장의 성격상 그룹고위층들과 자주 충돌하는 등 이른바 "불경죄"를 저지른 것이 이번 인사에서 결정적인 경질요인으로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같은 계열사이면서도 경영실적이 저조한 LG미디어의 박양한 사장이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것과 비교해 볼 때 이같은 추측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또한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 금성소프트웨어의 후임사장으로 내정된 이해승 신임사장이 금성사의 하이미디어사업을 맡아 왔던 점을 감안할 때 금성사가 멀티미디어사업의 확대에 대비,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껄끄러운 이장규 사장을 내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그룹인사에서 금성소프트웨어 직원들은 은근히 자신들의 사장이 승진할 것으로 기대했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보직도 없이 물러나게 되자 불만이고조되고 있는 것은 물론 사기가 크게 위축된 상태. 특히 이번 그룹인사에서 형편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을 보고 좌절감마저 느끼면서 일할 의욕마저 잃고 있다.
그동안 주로 금성사의 하드웨어부문만을 맡아온 이해승 신임사장이 과연 금 성소프트웨어의 흐트러진 조직분위기를 추스리면서 창의력이 무엇보다도 발휘되어야 하는 소프트웨어사업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어 이번 인사 후유증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번 럭키금성그룹의 인사는 그룹측의 발표와는 달리 계열사 임직원 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만은 틀림없는 듯하다. <원철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