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유럽전자단지를 가다:성공사례,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수도 브리티슬라바에서 동쪽에 승용차로 2시간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젤라테 모라바체시.

인구 1만5천명의 소도시인 이곳에 삼성전자의 냉장고공장이 있다. 삼성전자 와 현지냉장고전문업체인 갤럭스사가 모두 2천4만달러를 합작 투자해 설립한 공장이다. 일부한국업체들이 동유럽의 진출에 주저하고 있을 때 한발 앞서 현지 최대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과감한 현지투자가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이 공장은 91년 12월에 설립됐다. 그후 92년 9월1일부터 공장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으나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장자동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생산성을 높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3년초부터 "공장재혁신운동"을 적극 추진, 수작업위주로 이루어진 공장설비를 최신자동화설비로 교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설립 초년도에 1만대수준에 불과하던 냉장고생산량이 현재에는 40만대수준으 로 대폭확장 됐으며 생산모델수만해도 종래 1~2모델에서 6모델로 확대됐다.

뿐만아니다. 제품의 도색.퍼칭.최종패킹업무등 주요생산과정을 자동화, 제품 의 품질을 향상시켰다.

그결과 지난 93년에 모두 25만대의 냉장고를 생산, 국내에 13만대를 판매하고 독일.프랑스등지에 12만대를 수출했다. 올해에도 30만대를 생산, 전체의6 0%에 이르는 18만대를 내수판매해 3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매출 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설립초기에는 1천만달러도 채 안되었으나 93년에는 3천6백만달러를 올렸다. 3배이상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대개 수년씩 걸리던 흑자전환기가 공장설립 2년만에 실현됐다.

요즘에는 9백50명의 근로자들이 2교대 근무를 할 정도로 생산라인이 풀가동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슬로바키아진출전략은 처음부터 남다른데가 있었다. 동구유럽진출을 위해 독자적인 투자환경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지업체인 갤럭스사의합작투자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그 첫째다.

둘째는 공장혁신을 통해 근로자들로하여금 생산성향상에 대한 의식을 갖도록한 것이다.

다음은 공장설립초기단계부터 현지지역사회와 우호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병원에 의료장비와 컴퓨터등을 무료제공하는등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우수생의 당사연수등 근로자들의 후생복지에 남다른 관심을보인 것이다.

이 공장은 슬로바키아에서 최우수공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9백명이 넘는 근로자들의 이직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회사중역들에게는 인사청탁이 끊이지 않은 정도다.

대부분의 외국현지생산공장이 작업능률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근로자들의 잦은 이직을 어떻게 방지하느냐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분명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 냉장고공장의 내년계획은 상당히 의욕적이다. 매출목표만 보더라도 올해 6천3백만달러보다 30%이상 늘어난 8천3백만달러에 이른다. 경영활동계획으로는 현재 6개모델에서 8개모델로 확대하고 생산합리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 ISO9000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유럽지역현지투자는 단순히 싼 임금이나 무역장벽을 고려해 덩그러니 공장만 설립한 다고 되는게 아닙니다. 현지근로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냉장고공장 임청업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동유럽진출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금기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