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만 해도 불황을 모를 것 같던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 알카텔 알스톰 이 잇단 악수로 휘청거리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더불어 알카텔의 3대 황금어장가운데 하나였던 독일에서 의 적자가 올해 거의 4억달러에 이르고 있고 이대로 간다면 독일내 총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43%나 급감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주가마저 55% 하락해 연간 매출규모 2백90억달러의 알카텔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설명해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알카텔은 프랑스 법원으로부터 몇가지 조사를 받고 있다.
첫째는알카텔이 프랑스 텔레콤(FT)에 1억2천5백만달러의 부당요금을 부과했는지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했는지 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알카텔에 타격을 준 것은 피에르 쉬아르 회장의 공금 유용혐의. 법원은 그가 기업자금으로 자신의 집을 수리했다는 혐의를 잡고있다. 물론 쉬아르는 결백을 주장하며 그 돈은 합법적으로 대부받은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일간 "르몽드"지는 이달말 알카텔의 이사회가 쉬아르의 사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몇몇 중역들이 쉬아르를 신뢰하고 는 있지만 그에 대한 사임압력은 조사가 진행될수록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어 서 프랑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치엘리트들에 의해 운영되는 알카텔이 지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는 소리도 높다.
다시 말해 알카텔이 막대한 이윤을 내며 현재의 위치를 확보한데는 국가의 강력한 지원아래 국영통신업체들과의 계약이 뒷받침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알카텔의 호조는 규제라는 정부의 보호테두리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시장에서의규제가 완화되면 곧바로 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카텔이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한데는 지난 86년 60억달러로 ITT의 전화장비부문을 인수한 것이 바탕이 되었다. ITT의 인수로 알카텔은 ITT의 공중 교환기 기술을 중국등 수십개국에 걸쳐 제공할수있었다. 경쟁이 최소화된 철두철미한 규제환경이 알카텔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통신시장에서의 규제완화는 흐름을 넘어 하나의 원칙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무선통신이나 사설네트워크 등 시장에서의 완전한 통신규제의 철폐는 수많은 경쟁업체를 양산해냈고 여기에서 나아가 오는 98년 유럽시장이 완전히 개방되면 경쟁업체들이 알카텔의 전체 통신부문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독일, 프랑스시장등을 치고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비, 유럽의 전화서비스업체들은 알카텔에 앞서 가입자들의 이용료를인하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알카텔은 장비나 서비스등 모든 면에서 미국의 AT&T나 영국 브리티시 텔레컴 BT 의 경쟁상대가 아니다"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중에서도 독일지역이 부진의 징후가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수년동안 알카텔의 독일지사인 SEL은 국영업체인 독일 텔레콤(DT)을 고객으로 확보 하는등 70%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 이익은 올해주요 고객이었던 DT의 민영화 정책이 급격히 선회하면서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SEL은 교환기장비의 공급지체와 계속되는 소프트웨어의 결함으로 DT에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주게 됐다. 또한 동독으로부터 사들인 수개의 공장들마저 별 필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난달 파리 알카텔본사는 독일 SEL의 종업원 5천3백명을 감축하고 기업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연구및 개발, 생산라인등을 다른나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알카텔의 경영진은 이 계획이 자사의 긴잠을 깨우는 각성의 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카텔의 회사전반에 걸친 개편의 목표는 제품생산의 지역별 체제를 전지구 적 체제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알카텔의 고위관계자는 "이와함께 우리는 회사규모를 축소하여 업계환경의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알카텔이 무선분야에서의 부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고개들이 많이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는 2010년이 되면 이동통신시장이 기존장비및 서비스시장 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모토롤러,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 의 노키아같은 경쟁업체들은 이동통신기술분야에서 상당히 앞서있는 반면 알 카텔은 아직도 이동통신 네트워크장비부문에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잦은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T를 등에 엎고 알카텔은 중국시장의 문을 열었고 현재는 이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알카텔 전체 매출액중 7%의 비중인데 중국은 유럽에서의 부진을 만회하는데 보탬을 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시장에서도 캐나다의 노던텔레컴, 독일 지멘스, 미국 AT&T 등이 거세게 추격해오고 있는형편이다. 최근 쉬아르 회장은 프랑스의 이동통신업체인 SFR와 FT의 주식을 각각 20% 씩 매입할 것을 고려하는 등 새로운 통신서비스 강화 전략을 수립했다.
그러나 그는 알카텔과 자신이 직면해있는 여러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로 정신이 산만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산적한 문제를 제대로 처리해나갈는지는 불투명하다.
"전반적으로 프랑스 통신업계는 너무 낡아서 이음쇠 부분이 삐걱거리고 있다 라는 프랑스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은 알카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알카텔은 위험투자라도 감수해야 하는 준비의 시기를 맞고 있다.
어쩌면 국가보호하의 아마추어시절의 대타자 알카텔은, 규제가 완화된 프로 세계에서의 매운 맛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부진을 대기업이라면 한때 겪을 법한 슬럼프로 돌릴 수 있도록 더많은 동계훈련을 쌓는다면 알카텔은 내년 다시 업계 MVP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 전문 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