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산전부문 기술협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됐던 한국산업전자와 미국의 자동화전문업체 알렌 브래들리(AB)사가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함으로 써 이 회사 설립으로 국산공작기기를 공급하겠다던 당초 정부 의지에 한계를 드러냈다. 일파낙사의 내수시장 독점에 대응, 지난 88년 당시 상공부의 주선으로 대우 중공업 등 국내 9개 공작기계생산업체들과 미국의 자동화전문업체 AB가 59대 41의 비율로 공동출자해 설립한 한국산업전자는 당시 한.미기술협력의 모델 케이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92년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CNC장치 단순수입 판매를 주장하는 AB측과 국내 개발생산을 주장하는 한국산전측의 입장이 맞서 지난해부터 관계가 악화됐다.
한국산업전자의 최대 주주인 알렌 브래들리(AB)사와 제2주주 대우중공업은 10월초 AB사가 그동안 보유했던 한국산업전자 지분 41%를 매각하는 데 합의, 설립 7년만에 국내 13개 업체가 투자하는 순수 국내법인으로 전환됐다.
미AB사의 철수에 따라 한국산업전자의 지분관계는 대우중공업 65.4%(38.6% 에서), 기아기공 10%, 두산기계 8.5%로서 대우중공업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러나 한국산업전자는 별도로 작성된 계약에 따라 CNC장치 시스템100시리즈 서보 및 스핀들 시스템 등 기존 생산품을 계속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게 되었으나 국산제품의 기술 신뢰도가 낮은데다 첨단화되고 있는 공작기기 의 기술추이를 감안할 때 국내업계가 "타도 외국산제품"을 외치고 설립한 한국산업전자가 경쟁력을 갖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외국업체와의 기술협력은 기술제공자들의 뜻에 따라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업체들에게 기술개발투자의 중요성을 절감케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정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