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미디어 산업은 CD-롬 타이틀을 비롯해 일부 멀티미디어 관련산업과 방송 소프트웨어 산업등을 제외하고는 부문별 부침이 심했던 한해였다.
특히 지난 5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쥐라기공원 한편으로 벌어들인 돈이 우리나라가 한해동안 자동차를 수출하여 벌어들인수입과 같다"는 다소 충격적인 보고를 한 뒤 정기국회에서 영상진흥기본법이제정되는등 국내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틀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영화, CD-롬 타이틀, 비디오 CD, 방송 소프트웨어등 영상제작물에대한 시장은 급격히 성장한 데 비해 프로테이프, 음반, CD-I 타이틀 등은 상대적인 쇄락의 길을 걸었다.
올해 영화시장은 해외 메이저들의 지속적인 흥행성공과 국내 영화의 약진으로 두드러진다.해외 영화의 지속적인 성공은 프린트 벌수의 해제조치로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고, 국내 영화는 영상진흥법 제정등 영상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흥행성있는 작품을 만들려는 제작사의 노력 및 관객들의 관심이 맞물려 꾸준한 관객동원을 보였다.
94년이 "원년의 해"로 기록될 국내 CD-롬 타이틀 시장은 가장 크게 각광을 받은 분야이다. 국내 CD-롬 드라이브 보급대수가 지난해 2만~3만대 규모에서 올해말까지는 20만대 수준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10배 이상의시장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CD-롬 타이틀 시장도 지난해 10만장 선에서 올해말 2백만장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39종에 불과했던 CD-롬 타이틀 제작편수는 올들어 지난 11월말 현재 1백16종에 이르는등 3배 이상 급증했다.
올 한해동안 멀티미디어 분야에서 가장 명암이 엇갈린 비디오 CD와 CD-I 타이틀은 하드웨어의 보급과 직결된 경우였다. PC업체들이 멀티미디어 PC(MPC) 를 잇따라 출시한 데다 가전 및 오디오 업체들이 비디오 CDP 사업을 강화한 덕분에 비디오 CD 타이틀은 호황을 누린 반면, CD-I 타이틀은 CD-I플레이어 의 보급 퇴조로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비디오프로테이프 시장의 올 매출 총액 은 출고가 기준 약2천5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 시장규모는 지난해 2천7백 억원에 비해 2백억원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서, 지난 88년 이후 연간 30~1백 %씩 성장해온 국내 프로테이프 시장이 올 처음으로 7.4%의 마이너스 성장 을 기록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또 불황의 늪에 허덕였던 음반시장도 지난해와 비슷한 3천7백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가요의 경우 이같은 불황과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가요음반시장은 지난해보다 30% 정도 축소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기존 LP음반에서 CD음반으로 대체되면서 10여개의 영세음반사들이 경영압박 으로 도산했다.
이와는 달리 내년초로 예정된 케이블TV 개국을 앞두고 프로그램공급업체간영상제작물 확보경쟁이 빚어지면서 국내 방송 시장은 급격하게 재편될 조짐 을 보이고 있다. KBS, MBC, SBS등 국내 기존 방송 3사와 함께 내년초 개국할부산등 4개 지역민방이 출범할 채비를 차리고 있고, 내년 3월부터 본방송에들어가는 케이블TV는 30여개의 채널로 기존 공중파방송의 아성을 무너뜨릴 준비를 진행시키고 있다.
또 현재 전국 54개 지역 케이블TV 방송국에 이어 내년 상반기중 62개의 지역 방송국이 추가로 허가되고, 95년중 국내 최초의 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이 발사되면 본격적인 위성채널 유치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부 대기 업과 언론사등이 올 하반기부터 이미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한편 기존 방송사들은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사전전작제" 를 실시하는등 노력을 기울이는 외에도 인기 드라마의 테마음악등을 음반으로 제작, 판매하는등 사업다각화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자회사인 독립제 작사를 통해 각종 방송프로그램을 멀티미디어 타이틀로 제작키 위해 외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등 앞으로 확대될 영상산업 시장에 적극 뛰어들 준비를하고 있다.
반면 내년부터 방송을 시작할 케이블TV 일부 프로그램공급업체들은 기존 방송사에서 보유한 방송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까지 싹쓸이 구매에 나서는등 프로그램 구매시장이 과열돼 단가만 높여 놓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올해 뉴미디어 산업을 결산하면서 신규산업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 1천 억원에 가까운 케이블TV의 광고시장이 그것이다.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작될 케이블TV의 광고시장은 광고업계도 미리 점칠 수 없는 상태다.
어떻든 94년 한해는 뉴미디어의 개막을 알리는 태동기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