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자동화(HA)기기는 분명 소방시설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소방시설로 인정 받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많다.
HA기기는 가정자동화를 위해 방범방재기능과 함께 화재 및 가스누출경보기가부착된 제품으로 최근 신축되는 아파트에는 거의 설치돼 있다.
92년 고시된 소방법시행령 제4장 제24조 2항에 따르면 HA기기는 당연히 법정 소방시설로 인정되고 있다. 시행령에는 "경보설비는 화재발생을 통보하는 기계.기구 또는 설비로서 다음의 것을 말한다"며 6가지 종류의 기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중 "자동화재탐지설비"와 "가스누설경보기"가 HA기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조항을 유추해석하면 HA기기는 법정 소방시설로 봐야옳은데 HA기기 뒷면에는 "본 제품은 법정 소방시설로는 인정받을 수 없음"이 라고 명시돼 분명 법규정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방시설의 점검기관인 한국소방검정공사는 반론을 펴고 있다.
소방법에 규정된 법정설비는 각종 재난시 경찰서 소방서 등 해당 국가기관에 통보가 되는데반해 HA기기는 사용자측인 가정이나 경비실에만 통보되기 때문에 법정소방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HA기기는 주택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선택사양품목으로 소비자들이 원할 경우만 구입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는 법정 소방시설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설치된 HA기기를 이사하면서 뜯어가면 그만인데 어떻게 법정설비로 인정할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렇다면 법정설비도 아닌데 왜 소방공사로부터 검사 를 받고 수수료를 내야 하느냐"고 반박한다. 특히 수수료의 경우 일반 소방 설비인 감지기나 가스누설경보기가 대당 7백원을 넘지 않는데 HA기기는 대당 1천4백6원으로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이다. 현재 소방검정공사가 검사하는 HA기기는 연간 10만대 정도로 액수로는 1억4천만원 정도이다. 또 일반 소방기계기구는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해놓고 HA기기는 간이형화재경보기란명목으로 고유업종에서 제외시킨 것은 HA시장이 커지고 국내 대기업들이 시장에 참여하자 공사가 국민의 안녕과 공공사업보다는 수수료 등의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사측은 일반 소방기계기구는 최근 중소기업 고유업종에서 해제 됐으며 HA기기의 경우 법정 소방시설로 인정할 수 없지만 이를 사용하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검사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만약 공사가 검사를 대행하지 않으면 제조업체들이 자체적으로 경보음의 크기나 종류를 정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 공사측이 염려하는 내용이다.
결국 언젠가는 업체들이 HA기기의 방범방재 및 가스누출경보에 대한 규격의 표준화를 시도할 것이며 소방검정공사는 단지 이를 먼저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소방검정공사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업체는 대략 8~9개사.
그러나 시중에서 HA기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들은 그 이상이다. 검정을 받는업체들의 불만이 여기에 있다. 공사로부터 검정 받지 않은 불법업체들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아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정 을 받게 되면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지만 검사를 위해 2중 3중으로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는 HA기기가 제품특성상 전화기에 대한 검사와 공산품에 대한 검사를 받고있는데 여기에 소방시설에 대한 검사까지 받고 있어 관련법규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HA기기보다 더 복잡한 첨단 전자제품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관련법규가 정비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걸림돌로 작용 할 게 분명하다.
지금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남들보다 뛰어난 제품을 개발해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시대다.그런데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주기는커녕 기업의지를 꺾어버린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가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