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원도 홍천의 산골마을 내촌리 동창분교 국민학생들은 마냥 신명이 나있다. 전교생이 45명인 동창분교 학생들은 달랑 교실 한 채에서 소품에 가까운 학습교재로 수업을 받다보니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또 워낙 벽지라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고 서울 등 도회지에 나오는 것은 엄두 도 못내고 다만 집에 있는 TV로 외지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이러한 벽지마을에 첨단 문명의 총아로 불리는 컴퓨터가 들어왔다.
체신부가교육정보화의 시범사업 일환으로 화상컴퓨터 교육시스템을 동창분교에 설치한 것이다. 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본교인 내촌 국민학교 친구들과 전자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평소 알고 싶었던 내용을 본교 선생님께 자세히 여쭈어 볼 수 있게 되니 학생들은 신명이 날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회사인 S사의 김과장은 요새 경영학 석사과정 수업을 듣느라 토요일 오후를 반납해 아이들과 부인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여느 대학원생처럼 캠퍼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회사 사무실에서 대학원 강의를 듣는다. 회사내에 원격화상회의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지 7년째 줄곧 선반일을 해온 H중공업 박씨는요즘들어 자꾸 뒤처진다는 생각에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학교 때 배운 기술이 이제는 선반의 컴퓨터화로 거의 쓸모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새로 공부하자니 회사일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끙끙앓다 최근 맘먹고 "펜티엄"PC를 구입했다. PC를 이용해 CNC 등 자동화와 관련된 기술동향 및 실무사용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가상현실(VR)기법을 활용, 미국에서 개발된 컴퓨터학습프로그램은 박씨에게누구보다 자상한 선생님이다. 이 프로그램은 기상천외한 화상과 음성을 이용 사용자들에게 기억학습효과를 높여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육용PC는 최근들어 기능자체의 고성능화와 멀티미디어화에힘입어 교육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키고 있다. 컴퓨터OS 환경도 기존 도스에서16비트 윈도즈로 다시 32비트윈도즈로 이전될 것이 예상되고 있어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또 정부도 대량 정보전달에 필수적인 광통신 선로 및 교환시스템 구축에 본격 나서 수년내에 기본 백본망은 갖추어지고 2000년까지는 서울 등 주요도시 에는 광통신 선로가 가정.기업.연구소.대학 등 주요 시설에 깔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학교라는 울타리로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습방식은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될 공산이 커진다.
우선 대학 및 대학원이 학생 정원에 제한을 받지 않고 학생을 모집할 수 있다. 강의를 들으려고 굳이 학교에 갈 필요없이 집에 설치된 PC를 통해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망국병이라고 불리는 입시 경쟁을 해소하는데도 단단히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재수생도 당연히없어지게 된다.
또 거금을 들여 외국에 유학을 갈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외국 유명대학이 국내에 설치한 화상회의시스템을 통해 현지 강당에서 행해지는 강의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의 유명대학들은 한국시장을 겨냥, 최첨단 컴퓨터 화상회의 시스템 을 갖춘 분교를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화는대학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영국 등지로 의류, 패션 및 자동차디자인 기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꿈꾸던 디자이너 지망생들도 굳이 유럽에 갈 필요가 없어진다. 비디오 화상회의시스템을 이용, 국내에서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 PC가 국민학교 및 중고등학교 교육환경을 뒤바꿔 놓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현재 이들 초중고가 가장 애를 먹고 있는 분야중 하나는 예체능 교사 및 과학실습 기자재부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도 여러 응용프로그램을 동시에 실행시킬 수 있는 32비트 OS가 보편화 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컨대 음악실에서 전문 교사가 화상회의시스템을 이용, 악기연주 교습을 하면 학생들은 자기 교실에 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강화 차원에서 강조되고 있는 산.학.연 교류도 크게활성화 된다. 시간과 거리의 제약없이 해당기업, 학교, 연구소에서 화상정보 시스템을 통해 연구정보의 교류가 가능해 지고 개발프로젝트의 시뮬레이션도 동시에 시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내 교육현장에서 일어날 변화들은 현재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이제이같은 일들을 "꿈같은 현실"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옛날 일이 돼버렸다. 1~2년 후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드웨어적 기반 구축과 아울러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아래서이다.
이를 위해 정부 및 기업에서 교육용 저작도구개발 등 컴퓨터교육 환경에 알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내야 함은 물론이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