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앞두고 국내외 가전산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지역 별 경제블록화, 치열한 첨단기술경쟁, 해외시장의 우위선점경쟁, 날로 높아가는 무역장벽 등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가전산업환경 변화는 세계 제2의 가전생산국인 우리나라에 영향 을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내가전산업은 90년대 후반기에 어떤 궤적을 밟아나갈까.
우리나라 가전산업이 지난 80년대 후반 연 20%이상의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90년대 초반처럼 침체된 환경아래서도 성장률 10%안팎을 기록해 왔다는 점에서 상당히 낙관적이다. 앞으로 내수와 수출확대가 가전산업의 성장을 지탱해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신제품개발이 늘고 있는 컬러TV.VCR.냉장고.세탁기 등 주요가전제품의 수출실적에 따라 제2의 호황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한다. 산업은행은 2000년의 우리나라 가전제품 수출은 총1백13억7천8백만달러로 지난해 69억5천만달러(추정)를 기준으로 연간 8.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내다보고 있다. 내수 또한 지난해 3조9천5백50억원에서 해마다 7.2%의 안정 적인 성장을 거듭, 오는 2000년에 5조9천9백56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생산은 내수 및 수출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9조8천8백50억원에서 2000년에 15 조3천9백50억원으로 연평균 7.8%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해까지 70억달러 수준에 그치던 가전수출이 연평균 9.4%의 증가율을 실현, 오는 2000년에는 1백30억6천9백만 달러에 이르며 지난 80년대 초부터 성장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도 연평균 8.6%의 성장률을 기록, 2000년에는 수출과 비슷한 1백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0년대 후반기의 가전경기는 한마디로 "장미빛"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이같은 전망은 가전업계의 고부가가치제품 개발과 해외시장개척을 위한 부단한 노력, 경쟁국인 일본의 엔고지속과 미국.유럽의 경기회복 등을 전제 로 한 것이다.
93년 이후 가전수출의 밝은 전망은 여기저기에서 엿보였다.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국산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진데다 미국.유럽.
일본의구매력이 되살아나고 있으며 가전업체들이 90년 이후 꾸준히 개척해 온 동구권.남미국가에의 수출도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93년을 기준으로 가전수출액은 전년대비 4.8% 늘어난 62억5천3백만달러였으나 94년들어 무려 13.5%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69억5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어 유통시장 이 완전개방되는 96년 81억5천만달러로 주춤했다가 98년이후 8% 이상의 신장을 거듭, 2000년에는 1백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OECD가입에 따른 일본의 수입선 다변화 해제요구와 유통시장의 전면개방 이 다소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수출환경이 좋아지고 있어 2000년의 수출 1백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전업체들이 경영력을 모으고 있는 국제화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될 경우 의외의 특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수출호전추세에 힘입어 90년대 후반의 내수도 활황이 지속될 것으로예상되고 있다. 80년대 중반 30%이상의 높은 성장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94년 3조9천5백50억원으로 추정된 내수규모가 95년에는 전년대비 7.5%가 늘어난 4조2천5백억원에 이르며 96년에는 4조5천4백억원, 97년 4조9천억원, 98 년 5조2천억원, 99년 5조5천억원으로 지속적인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향후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가전업계의 기술개발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물론 기존제품의 보급률 포화에 따라 수요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기들어 국민의 생활의 질적향상이 이루어지면서 1가구 1대의 가전제품 구매패턴이 중복구매로 바뀔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고기능제품의 내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더욱이 가전업체들의 지속적인 기술개발투자확대로 첨단제품이 대거 출시되면서일반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촉진할 수도 있다.
특히 95년초의 종합유선방송(CATV) 방송 개시를 시작으로 96년말의 무궁화호위성발사 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등도 국내 가전시장전망을 밝게 해주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후반 기술적인 면에서 우선 예상되는 것은 종래의 개념과 다른 첨단 제품의 개발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멀티미디어제품의 개발을 의미한다. 특히 가전제품의 디지털화 및 시스템화 기술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멀티미디어기기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술개발범위의 확대로 소비자들의 "생활 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쾌적성.편리성과 위생.건강 기능을 반영한 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환경보호를 고려치않은 제품의 수요확대는 힘들어질 전망이 다. 게다가 정부가 98년까지 모두 1천억원을 투자, 종래 기능과 다른 신개념 전자제품을 전략제품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 첨단기술개발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품별로는 다소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우선 일반소비자들의 대형.고급제품 선호추세에 따라 대형TV.간편예약 녹화VCR 하이파이 컴포넌트 등과 한국적 특색을 살린 냉장고 세탁기 전자 레인지 등은 기존제품의 수요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상대적으로 보급률이 낮은 캠코더LDP와 컴퓨터 영상가요 반주기 그리고 최근 개발된 광폭TV.MD(미니디스크).D CC(디지털콤팩트카세트).CD-I(대화형CD).비디오CD 등 첨단가전제품이 본격적인 수요확대기에 접어들면서 시장창출의 활력소로 작용할 전망된다.
또 수출품목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 90년대 후반에는 캠코더LDP.고급A V시스템 등 기술집약적인 제품과 HDTV.멀티미디어기기.디지털음향기기.
비디오CD 등 첨단제품들이 가전제품을 밀어내고 수출주력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비롯 금성사 현대전자 등이 최근 내놓은 CD-I.LDP.비디오C D 제품을 이미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이 이를 가늠케 해준다. 우리의 기술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CD-I, 광폭TV, 비디오CD, MD, DCC 등도 가전 최대기술 보유국인 일본과 불과 1년내외의 기술격차를 보일 정도이다.
90년대 후반 가전제품의 품목별 전망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계시장 전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가전산업은 국제적 환경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중대형 TV 수요성장과 아시아국가들의 보급확대에 힘입어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급대수 9천3백40만대인 컬러TV의 경우 연평균 1.6%의 신장세를 보이면서 오는 2000년에 1억2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VCR도 연평균 2.6% 의 신장률을 보여 2000년에 5천만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냉장 고.세탁기.전자레인지도 3%안팎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9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 가전시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제품으로 단연 TV를 꼽을 수 있다. 컬러TV의 보급률은 1백%를 넘고 있다. 1가구 2대의 컬러T V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컬러TV의 개념도 방송시청이라는 기본기능에 서 비디오테이프, 각종CD, LD등을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로 확대되고 있다.
또 ISDN(종합정보통신망)서비스 실시에 따라 홈쇼핑등 영상을 기본으로 첨단 통신기로 이용할 수도 있다.
컬러TV는 이러한 장점외에도 CATV와 민영방송의 개시로 수요가 예상되면서 대형제품중심의 대체 및 중복수요가 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2백31만대였던 컬러TV 수요는 연평균 4% 내외의 성장세를보이면서 오는 2000년에 3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인 면에서 가전3사는 광폭TV에서 시작해 96년 벽걸이TV, 98년 HD(고선 명)TV의 완전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데 현재 디지털 화상방송관련 기술을 연구개발중에 있다.
VCR의 변화도 컬러TV 못지않다. VCR는 89년 생산과 수출면에서 컬러TV를 제치고 제1위의 가전제품이 되었으나 90년이후의 수출감소로 92년에는 생산과 수출분야에서 선두자리를 TV에 내줬다. 그러나 VCR는 가전3사의 6헤드 VCR, 하이파이 VCR, 말하는 VCR 등 첨단.고급제품의 개발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활황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전년대비 4% 늘어난 1백3만대가 판매됐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그대로 이어져 연평균 성장률 3%를 기록하면서 오는2 000년에는 2백만대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도 안정적인 내수신장을 기반으로 견실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VCR부문에서 특기할 만한 획기적인 제품은 HDTV의 보급에 병행한 디지털 VCR 개발이다. 아직까지 회로설계나 화상압축기술이 미미하기는 하지만 가전업체 들의 첨단 VCR 개발노력에 힘입어 디지털VCR 상용화가 앞당겨질 가능성도없지 않다는게 관련업계의 진단이다.
냉장고는 컬러TV나 VCR와 달리 전반적으로 경기전망이 밝지 않다. 내수를 보면 89년이후 급격히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여 92년 1백83만대에 이르렀다.
그러나93년이후 수요정체기를 맞으면서 94년을 기준으로 1백80만대에 그쳤으며 향후 96년 Non-CFC(비프레온가스)냉장고 출시에 따른 가격인상부담과 대체수요가 약세로 반전되어 1백70만대수준으로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 다. 가전3사는 이같은 점을 감안, 냉장고의 기술경쟁을 자제하고 기능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탁기는 80년대말에 세탁기를 구입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8kg이상의 대용량 제품에 대한 활발한 대체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96년까지 4.2%의 높은 성장 이 전망되며 97년이후부터는 3.9%의 증가율을 기록,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 다. 지난해 1백50만대였던 세탁기 수요가 2백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수출은 대우전자를 비롯한 각사가 동남아 등지를 중심으로 시장개척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그 수출량은 올해 14만대에서 19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탁기기술은 냉장고처럼 특별히 내세울게 없고 기능다양화가 전부이다.
전자레인지는 보급률이 40%에 머물고 있으나 수출이 고도성장될 전망이어서 향후 저가형 제품개발이 붐을 이룰 전망이다. 지난해 현재 1백30만대였던 세탁기내수가 향후 1백75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에어컨은 생활환경변화에 따라 오는 2000년까지 22%의 신장률을 기록 전략제품으로 부상할 것이며 오디오는 하이파이를 중심으로 수출이 늘고있으나 내수쪽은 1백17만7천대로 지난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튼 90년초까지 우리나라 가전산업이 두자리 성장을 계속해왓고 최근 일본의 엔고를 성장의 호기로 삼아 다시 10%이상의 두자리 성장을 이룩했다는점을 고려하면 2000년의 가전산업성장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금 기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