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데이터퀘스트사, 외국컴퓨터 러시장점유율 첫 조사결과

이른바 "브랜드 제품"으로 알려진 외국 컴퓨터의 러시아 시장점유율에 대한 첫 조사결과가 나왔다.

시장분석회사인 러시아 데이터퀘스트사의 조사에 따르면 브랜드 제품의 판매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러시아 소비자들은 러시아산 컴퓨터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런 성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조사 결과는 브랜드 제품의 광고가 구매자들에게 쏟아지고 있고 또 브랜드 제품간에 가격 인하 경쟁이 불붙은 시점에서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 정확하게 통계를 잡을 수는 없지만 작년에 대략 34만7천여대의 개인용 컴퓨터가 러시아에서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5%가 이른바 브랜드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3년에 브랜드 제품이 러시아시장에서 차지한 23.5%보다 1.5% 늘어난 수준이어서 섣부르게 러시아 에 뛰어드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한편 유통업체들은 브랜드제품의 점유율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외국업체들이 지사와 대리점 형태로 러시아에 진출한 경우가 많아서 통계가 이중으로 기록됐을 수 있고, 브랜드 제품판매량의 약 45%에서 50%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어 시베리아 등지로 들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제품의 질은 이류 수준인 이같은 "회색제품"을 빼면 정작 브랜드 제품은 15~17%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외국업체 가운데 러시아 시장에서 그나마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은 미델컴퓨터 컴팩, 휴렛 팩커드, IBM등 4개 회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의회와 각종 공공재단, 러시아 저축은행과 노동부 같은 기관의 전산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힘입어 브랜드 제품 전체가 거두는 이익의 60%를 가져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터퀘스트는 이런 추세로 볼 때 브랜드 제품에 대한 구매자들의 선호도는계속 되겠지만 기대만큼 러시아 시장 구조가 빨리 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외국 컴퓨터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적어도 앞으로 몇 년동 안은 3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이터 퀘스트는 그 이유로 브랜드 제품간의 가격인하 경쟁이 한시적이어서 제품 가격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매자들의 소비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이 기관은 내년에도 컴팩과 델사를 중심으로 제품의 판매가격을 낮추는 이른바 가격전쟁은 러시아에서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컴퓨터 생산공장들은 60%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한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거나 새 모델을 개발하지 않는 오래된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러시아 국내기업들은 전반적인 경제난 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시장에서는 올해도 40% 내지 4백%의 이익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휴렛팩커드와 애플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이같은 분석과 전망에 따라 최근 러시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아시아 등을 이용하는 우회전략을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먼저 휴렉 팩커드는 대만에서 조립해서 러시아로 들여오는 컴퓨터의 비율을7 0%로 늘린다는 계획이고, 애플도 대만의 에이서사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조립하여 싼 가격으로 러시아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말하자면 거의 포화상태인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 다른 업체와 치열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러시아와 같은 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쪽으로 대형 회사들의 판매 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최미경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