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처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때 잠시나마 몸담았던 정근모 고등기술연구원장이 과기처의 수장으로 복귀 하고 구본영 교통부차관이 신임 과기처차관으로 영입되면서 시작된 인사태풍 이 1급 3명의 전원 퇴진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인사적체 및 무사안일, 패배 주의에 젖어있던 과기처에 개혁을 위한 행보로 비쳐지고 있는 것.
과기처의 이같은 대폭적인 인사는 새 장관이 임명되면서 충분히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그 내용이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과기처 직원들은 물론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이번 과기처 인사의 주요 특징으로는 경제통인 차관의 영입, 전문성의 강조 및 완전한 세대교체 등을 꼽을 수 있다.
경제학자출신이며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과 대통령비서실 비서관 등을 역임한 구차관의 영입은 일단 그 자체만으로 과기처가 지금까지의 구태의연 한 모습에서 탈피하는데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그동안 과기처의 각종 정책은 경제논리에 밀려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왔으며, 또 이같은 기존의 틀을 부수고 과기처가 입안한 정책이 정부정책에 반영될수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지 못함으로써 크게 위축돼 왔다.
이같은 현상은 극히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기술직이거나 과학기술자 출신이 대부분인 고위층의 로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데서 오는 당연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학기술분야에 정통한 장관과 이를 경제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차관 이 한 팀을 이룸으로써 국내 과학기술분야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과기처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겠냐는게 관계자들의 공통 된 시각이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세대교체는 장수영 기획관리실장, 홍재희원자력실장 손연수 연구개발조정실장이 전면퇴진하고 그 뒤를 김지호 기술 개발국장과 김세종 상공부 전자정보국장, 송옥환 화공생물 연구조정관이 각각 승진, 발탁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사실 과기처는 지난 한해 동안 실.국장들의 인사를 둘러싸고 숱한 잡음을 불러 일으켰으며 심지어 공무원사회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차관과 실.국장 들간 알력이 표면화돼 부하직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혁명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정부조직개편과 맞물린 이번 인사개편으로 지난해와 같은 잡음없이 순조롭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이에따른 후임인 사도 적절하게 이루어져 이번 과기처 인사는 평균점수 이상이라는게 과기처 직원은 물론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지호 기획관리실장 의 경우 연구기획과장, 기획예산당당관, 대덕단지관리소장, 원자력정책관, 기술개발국장 등 전 분야를 섭렵함으로써 누구보다도 과기처업무에 정통한데 다 국장시절 부하직원들은 물론 출입기자들로부터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정도로 원만한 성품을 지녔다는 점에서 최적의 인사였다는게 주위의 평.
또 송실장은 이번 정부인사개편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경기고 출신이면서 전 부처에 튼튼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가 R&D를 조정하는 역할은 물론 산하 출연연구기관의 내부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출연연구기관의 개혁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연구개발조정실장을 출연연구기관에서 발탁하던 전임장관들의 관례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과학기술행정의 불안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세종 상공부 전자정보국장의 원자력실장 발탁은 이번 인사중에서도 가장파격적인 인사.
물론 과기처 일각에서는 자체승진이 이루어지지 못한데 따른 불만도 표출되고 있지만 김실장이 과기처 원자력국에서 공직의 첫발을 내디뎠으며 구 동력 자원부 원자력발전과장 및 전력국장을 거친 원자력통이라는 점에서 전문성을 강조하는 정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이번 김실장 발탁에 대한 과기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이번 과기처 인사는 최정점을 이루고 있는 장.차관 및 실장 모두가 물갈이되는 파격으로 매듭지어졌으며 과기처에 걸맞는 전문성이 대폭 강조됐다 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과기처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이같은 대폭적인 물갈이에 따른 행정의 공백을 얼마만큼 빨리 메울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장들에 이은 국장(2, 3급)인사에서 단순히 빈자리만 메우는 식의 인사가 이루어진 것도 바로 업무의 연속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로 볼 수 있다.
새롭게 태어난 과기처가 이제부터 할 일은 이번 인사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내에 직원간 조화와 팀워크를 구축해 정부조직법상에서 규정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