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가 달라지고 있다. 싸우고 부수는 홍콩영화에 중독된 비디오팬들이이제까지 재미없다고 치부해버린 다른 장르의 영화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영화의 제작 경향과도 무관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홍콩영화는 재미 라는 흥행성을 담보함에도 불구하고 소재의 측면에서 볼 때 폭력.도박.갱 등 속칭 "싸우고 부수는 이야기의 영화" 이상의 평가를 받아 오지 못했다.
특히 홈비디오의 경우 액션물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팬들의 취향때문에 홍콩 영화는 칼싸움의 "무협"에서 주윤발의 "총싸움"을 거쳐 최근에는 이연걸의쿵후 등으로 이어지는 "액션물"로 자리를 잡아왔다.
아직까지도 비디오 대여점에서 홍콩영화 비디오를 고를 때 주연 배우와 함께 그들이 보여주는 액션이 우선 고려사항인 것은 사실이다.
최근 들어 미약하기는 하지만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홍콩 영화(포괄적으로 중국어권 영화)는 액션이다"라는 등식을 깨는 영화들이 잇따라 비디오로 출 시되고 있고 또 대여시장에서 나름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를 살펴보면 "결혼피로연" "유민장원"과 같은 코미디물이 예상 밖의 인기를 얻었고 "가을날의 동화 2" "구품지마관" "금지옥엽"과 같은 멜 로물이 인기 순위에 랭크됐었다. 예전같으면 비디오로 출시되는 순간 재고로 쌓였음직하지만 "비주류"의 홍콩 영화들이 흥행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대우전자 계열의 세음미디어가 내놓은 홍콩 멜로물인 "불초 자 열혈남아"가 대여시장에서 예상밖의 강세를 보여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콩의 신세대 스타인 여명과 오천련이 주연한 "불초자 열혈남아"는 대여점 들의 주문량을 기준으로 4만5천권 정도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판매량은 지난해 코미디물로 인기를 얻었던 "결혼피로연"의 3만5천권을 웃도는 수치로 홍콩 멜로물(비 액션물)도 4만권 이상 팔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홍콩 멜로물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불초자 열혈남아"는 다분 히 상투적인 멜로 드라마이고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가난한 집의 아들인 소오(여명 분)가 어렸을때 받은 마음의 상처때문에 빗나간 삶을 살다가 운명적인 여인 동동(오천련 분)을 만나 사랑의 구원에 이른다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
청소년층 사이에 인기가 높은 여명과 오천련이 운명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열연하고 있다는 점이 일단은 화제를 모았다. 멜로 취향의 팬들에게는 나름대로 어필할 재미도 포함돼 있다. 소오와 동동간의 거듭 되는 사랑의 반전과 주윤발 주연의 "가을날의 동화"를 연상케하는 해피 엔딩 등이 그것이다.
문제아인 소오와 아버지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고 해결되는 과정이 도식적이 긴 하지만 명확히 드러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비디오가 극장 개봉시 흥행에 실패했음에도 비디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액션이 전부인 홍콩영화에 대해 식상한 홍콩영화팬 들이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보려는 취향의 변화때문인듯 싶다.
홍콩영화에 대한 선호가 느와르를 비롯한 액션물에서 멜로, 드라마 등으로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출시된 "불초자 열혈남아"가 대여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