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5 변화의 바람(7);오지개척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그렇지 않지만 70년대초만 하더라도 아프리카지 역을 둘러보는 우리 수출상사직원들은 혀를 내두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전기가들어오는 곳이면 오지에도 일제가전제품이 즐비했고 현지인들은 대통 령의 이름은 몰라도 일제유명상표는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남미 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지금도 이러한 분위기탓에 일제선호도가 높긴 하지만 예전같지는 않다는 게현지상사 주재원들의 설명이다.

어찌됐건 일본가전업체들의 오늘을 있게한 "효자"는 바로 이들이었다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일본처럼 내수기반이 빈약한 우리기업들의 최대과제는 신시장개척이다. 예전 처럼 구주나 미주만을 상대로 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비좁은 것이다.

이에 따라 LG전자 삼성전자 대우전자등 가전3사는 신시장개척에 적극 나서고있다. 오지개척은 단지 수출물량을 조금 늘리는 노력이 아니다. 현지 교두보가 될뿐 아니라 무한한 수요창출을 담보로 하며 민간외교에도 이바지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시장개척에 나선 LG전자는 제품별 시장다각화를 통해 적지않은 실적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선진문화에 익숙한 칠레 튀니지 도미니카 요르단등에 세탁기만을 중점적으로 공급해 세탁기의 점유율을 50~90 %까지 끌어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5개해외지역본사를 설립하기도 한 삼성은 올해 이들이 본격가동에 들어가는 한편 14개현지공장의 가동률을 1백%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미 경영부문의 현지화로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삼성은 중남미개 척을 위해 파나마에 물류센터를 마련하고 남아프리카에도 컬러TV와 VCR.냉장 고등으로 실적을 톡톡히 올리고 있다.

대우전자는 해외생산판매법인의 수를 20개국에서 50개국으로 크게 늘렸다.

기존유럽시장과 미주시장을 탈피, 필리핀 인도 브라질 파라과이 등으로 다각화해 실적을 올리고 있는 대우전자는 지난 한해 오지개척으로만 1천만달러 의 수출성과를 거둬 크게 고무되기도 했다.

이같은 가전3사의 오지개척노력은 세계화바람과 함께 올들어 거세게 일고 있다. LG전자와 대우전자등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로코 베트남등을 제품대 가격대별 로 차별화, 지역별 거점마련에 들어갔고 삼성전자는 복합단지화를 통해 신시 장개척의 활로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생소한 국가인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에콰도르 예멘 등과 헝가리 등 동구권국 가들도 모두 그들의 신시장공략 대상이다. 품목도 컬러TV 냉장고에 그치지않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VCR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소규모의 주문량이더라도 찾는 고객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채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결연한 의지다. 이미 이같은 노력으로 일부지역에서는 경쟁국인 일본을 제치고 수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이 거래하는 나라의 수도 기존 50~60개국에서 80~90개국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생산지네임보다 독자적인 브랜드명인 골드스타 나 "삼성" "탱크" 등의 브랜드가 세계 곳곳에 각인될 날이 멀지 않다. 올해가 바로 국산브랜드확산시점이다. <모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