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멀티미디어 열풍, CD-롬 인기상품으로 부상

미국.유럽 서방국가들에 비해 멀티미디어의 보급이 훨씬 늦어 모니터에 그래픽 카드를 끼우거나 텔레비전으로 게임정도를 즐기던 러시아의 소비자들이 개인용 컴퓨터가 최근 크게 확산되면서 멀티미디어로 선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CD-롬의 인기가 대단해서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CD-롬은 6백40 메가바이트의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잘 팔리고 있다. 인기있는 제품으로는 의학상담을 해주는 "가정주치의"와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페테르 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박물관의 소장품을 담은 "에르미타슈", 성경을 러시아 어로 알기 쉽게 풀이해서 실은 "성경", 바다에 사는 각종 생물들의 세계를 그린 "해양에서" 그리고 "게임으로 배우는 영어"등이다.

멀티미디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 분야의 전문기업인 CD-롬 출판사 미디어 메커닉스"가 불과 2년만에 러시아내의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금융회사인 "브로크 서비스"와 주간 경제신문 에카노미카이 지즌"(경제와 인생) 그리고 우랄지방의 한 전자 콤비나트가 합작해서 세운 이 회사는 벌써 14개의 디스크를 출시했고 곧 3종의 CD-롬을 추가로 출시 할 예정으로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은 경제.의학.특허정보.스포츠와 문화에 전문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업인을 위한 도서관"이라 는 제품은 분량이 방대하고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한데도 14종의 디스크 가운 데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디어 메커닉스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러시아의 자생기업이라는 점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바람이 러시아에 분다는 것은 러시아도 이미 정보화시대에 진입했다는 뜻이며 전자문화는 앞으로 2~3년안에 러시아 각 가정의 생활문화를 몰라보게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시장전망이 있는 멀티미디어제품으로는 교육용과 예술작품, 컴퓨터게 임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외국어 붐이 일면서 어린이와 초보 자를 위한 영어 학습디스크, 또 이미 상당한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과정과 발음교정 프로그램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조사되고 있다.

또한 일부 부유층사이에 부는 외국 관광붐을 타고 유럽이나 아시아의 역사나 동물을 소개하는 미디어제품들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편이다. 이와 함께 탐정소설과 점성술을 좋아하는 러시아인들의 구미에 맞게 애거사 크리 스티의 소설을 영상화하고 천체의 운행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여러 작품들이 마무리작업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멀티미디어의 가격은 시스템을 어떻게 갖추는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386컴퓨터가 5백달러선, 모니터가 2백50달러선, CD-롬 디스크 장치 2백50 달러선 그리고 음성설비 등 부속설비를 갖추는데 1백달러 남짓이 들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구입이 쉽지가 않다. 따라서 당분간은 러시아의 신흥 부유 층과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러가지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멀티미디어가 가장 전망이 있고 수익성이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모스크바=최미경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