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의 수출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통상마찰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어 우리의 이익을 적극 반영할 통상전문가 양성이 "발등의 불"이 되고있다. 특히 올해 WTO(세계무역기구)의 본격 출범으로 "개방과 경쟁"을 축으로 재편되고 있는 신무역질서가 정착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뛰는 기업간 분쟁이 당분간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반덤핑제소나 저작권침해제소 같은 국제분쟁에 잘못 휘말리게 되면 해당기업 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줘 결국 도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통상전문가의 양성은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는 유비무환의 처방술로 간주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도의 전술전략이 필요한 협상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전자와 통상"에 정통하면서 다양한 경험까지 겸비한, 국제 적 감각을 지닌 전문가 집단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업.정부할 것 없이 통상전문가가 절대부족, 국제분쟁에서 협상력에 뒤져 불이익을 당하기 일쑤다. 정보.지식.경험.전술등 어느 것 하나 앞서는 게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어러가지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자3사같은 대기업들도 대부분 10여명의 통상팀을 운영하고 있으나 각종 통상마찰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6개월정도의 자체교육을 통해 통상관련업무에 투입하는데다 기존 인력의 경륜도 짧아 현재의 전문가 집단이 즐비한 대외 실무통상협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가전3사의 반덤핑제소에 대한 대응력은 다른 중소기업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편이다. 대부분의 중소 전자업체들은 통상관련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가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외국업체의 반덤핑제소가 가시화되면 국내외 변호사에게 위임하는게 고작이다.
정부차원의 통상지원체제도 부비하다. 전문인력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전자분야에 정통한 통상전문가도 거의 없고 그나마 잦은 인력이동으로 일관성있는 정책수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별도의 체계적인 양성프로그램없이 실무경험에 의존하는 안일한 교육방식으로는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각국의 각종 통상정보를 수집.분석, 통상파고를 피해나가는 방법을 사전연구해 "선대 비 후협상"방식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한국산 VCR에 대해 필립스의 자회사인 IR3사가 다시 반덤핑제소한 것이나 아르헨티나가 91년에 조사했던 컬러TV에 대한 덤핑관세를 지난해 11월부터 부과한 것도 우리의 정보력.협상력미비를 반증해주는 사례에 속한다. 아르헨티 나정부가 BGH사의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제소를 받아들여 조만간 실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췄다하더라도 외국업체들의 반 덤핑제소등 통상관련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국제적" 이해관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국내전자산업은 어느새 세계적인 위치로 부상했는데도 통상전문가 부족으로 국제분쟁을 제대로 해결치 못해 번번이 제동이 걸린다면 이로 인한 직간접적 인 손해는 결국 국가가 떠안게 마련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출을 늘리는데만급급해 통상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게 사실이다.
이제라도 우리의 산업수준에 걸맞는 통상전문가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국내전자업체들은 미국, 유럽, 중남미 지역 전자업체들의 반덤핑제소에 고율의 덤핑판정을 받기 일쑤인데다 기술선진국의 특허공세에 번번이 굴복,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온 현실을 더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들의 특허침해소송이나 반덤핑제소를 사전에 제어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국제분쟁을 수습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민간기관에서 정부의 지원하에 통상전문가를 키우는 일본이나, 정부가 전문 기관을 설립해 연간 1백명이상의 통상요원을 집중 양성하는 대만의 경우를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