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모 <한국전산원 선임연구원> *고려대학교 농과대학 졸업 *제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경기도청 근무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정치학과 졸업(전공분야:정책학) *저서:"전환시대의 행정가"(공저), "협동사회의 정착과 정부의 역할"(공저 )외 논문 다수 대니얼 벨, 나이스베트, 토플러 및 피터 드러커 등은 21세기가 다가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견한 바있다. 이들 석학은 변화의 원동력을 정보통신의 발달에서 찾고 있다. 21세기 의 문턱에서 석학들의 예상이 점차 가시화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현재도 진행중인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의 세계적인 추세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도약 45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하여 2015년까지 초고속정보통신기 반을 구축하려 한다.
그러나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이 만병통치약이 결코 될 수 없다. 초고속정 보통신 기반이 구축되면 우리가 안고 있는 국가와 사회 모든분야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과대망상적 발상이다. 이것은 마치 사막의 신기루를 추구하는 것과 같이 헛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을 통한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개념의 추구이다. 이것은 곧 초고속정보통 신 기반구축을 통한 국가와 사회현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추구와 일맥 상통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세상을 새롭게 보고, 새로운 전략을 구상 할 때 비로소 세상은 우리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것이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의 구축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공간.거리.시 간개념의 획기적인 전환이다. 이러한 주요개념의 획기적인 전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올 것이다. 여기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중 하나인 균등한 지역개발 문제이다. 과거 지역개발이론은 주로 지리적(공간적)개념에 기초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이 구축되면 지리적 거리 개념의 중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지리적 거리개념에 근거한 지역개발전략 또한 커다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은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이 구축되면 현재의 지역개발 개념 은 어떠한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가"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은 지역개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등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가야 하듯이 초 고속정보통신 기반이 구축되는 21세기에는 새로운 지역개발전략의 패러다임 이 요구된다. 이 글의 목적은 새로 부상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과 지역개발 전략을 연계시켜 지역개발전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정책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대도시 집중과 이로 인한 지역간의 상대적 불균형을 때로는 지역개발의 전략으로 이용하기도 했으며 때로눈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개발 정책은 1970년대 이후 3차에 걸쳐 전개되고 있는 국토종합개발계획에 근거하고 있다.
70년대의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공업생산기반구축, 간선도로망의 형성 수자원의 다목적개발, 국토관리체계의 확립 등을 목표로 전개되었으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그 성과의 대가로 서울에서의 산업과 인구의 과도집중, 경제성장에 따르는 자원부족, 공업화와 도시화에 따르는환경 오염, 토지이용의 무절제와 투기지역간 개발의 불균형 등 수많은 문제 점들이 파생되었다. 80년대의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은 성장거점 도시육성을 통한 "지역생활권 개발전략"과 소도시 및 농촌 중심도시와 그 주변지역 을종합적으로 개발하는 "지방정주생활권 개발전략"을 두가지 축으로 하여 전개되었다. 그러나 제2차 계획의 주요목표로 선정된 지역간 균형개발과 대도시집중의 완화는 달성되지 못하였으며 이 목표들은 92년도부터 시행되는 "제 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그대로 이식되었다. 3차에 걸친 국토종합개발계획은30여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집중의 심화와 이로 인한 국민생활의 질적 저하를 방지하는 데 실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취해왔던 지역개발전략의 특징은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기존 지역개발전략은 지리적인 거리에 기반을 둔 개발전략이었다. 두번째는 특히 대도시의 집중적인 육성을 통한 개발효과의 지역확산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우리나라의 지역별 성장 양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요컨대 지리적.공간적 거리에 입각한 거점도시 중심과 대도시 접근성 위주의 지역개발전략은 전반적으로 실패하였고 지역간 불균형은 점차 심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지역개발전략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웠던 대도시 집중을 완화시킬 새로운 방법으로서 지역정보화는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80년대 이후 행정전산화 와 함께 지역정보화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정보화의 영향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가 일치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라 산업 경제가 대도시에서 지방의 중소도시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대도시 집중이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정보통신의 혁명이 경제력 집중을 가져올지 경제력 분산을 가져올지는아직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분석한 지역경제학자들의 검증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이들은 정보사회가 진전됨에 따라 인구와 산업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대도시 집중이 발생한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정보화의 역설이라고 칭하고자 한다. 피터 드러커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정보사회가 진전되면서 비생산 노동자의 대도시 집중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 점을 추론하였다. 왜냐하면 정보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정보 산업과 관련산업의 비중이 증가할 것이며, 그 결과 이 분야에 종사하는 비생 산직 근로자의 비중 역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산업과 연관산업이 대도시에 밀집한 경우, 대도시 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비록 미미한 정도이지만 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보화의 역설 현상도 진행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실례로는 통신업과 금융.
보험업을들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통신업은 주로 정부주도하에 운영되었고 통신망에 관한 정부투자는 그동안 대도시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성장거점도시전략과 짝을 이루면서 그 정도가 심화되었다. 그 결과 지역간 정보통신 격차라는 새로운 불균형을 야기시켰다. 대표적인 정보 처리산업인 금융 및 보험산업도 마찬가지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금융.보험 업에 종사하는 인구의 약 48%가량이 이미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곧금융.보험사업의 성장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정보화가 진전됨에 따라 정보관련산업이 지방으로 전이되지 않고 오히려 대도시로 역전되는 역설적인 현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은 산업사회에 기반을 두었던 기존 사회제도 및 질서를 급격히 변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거 농업사회와 산업사회의 공간적.
지리적개념에 의존해왔던 지역개발이론은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 고속정보통신이 발달되면 기존 공간적.지리적 거리는 거의 소멸할 것이며, 이것에 근거한 지역개발의 가정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곧지역개발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을 예고하며 새로운 지역개발이론의 태동을 알려주는 전주곡이다. 따라서 초고속정보통신이 활발하게 사용된다면지금까지 당연시되어 오던 지역개발의 가정과 이론들은 신화로 남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신화로 남게 될 지역개발전략을 열거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체나 공장이 지역내부 건설되어야만 그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이득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지역경제발전을 위하여 공장이나 기업 을 지역내에 유치하는 전략에 몰두해왔다. 한 지역에 공장이나 기업을 유치 하기 위하여 먼저 풍부하면서도 값싼 노동력과 충분한 부지가 전제되었다.
또한편리한 교통체계와 물류체계가 선행되어야 하며, 관련 정치집단들의 치열한 로비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지역개발을 위하여 지역환경의 악화나 지역주민의 고유정서 파괴는 거의 무시되었다.
그러나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이 제공할 수 있는 재택근무와 전자상거래 등은 인구분산과 기업분산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기업체의 본사는 금융시장권이 형성되어 있는 대도시에 입지해야 한다는 가정 역시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기업(Virtual Corporation)의 출현은 하나의 건물안에 기업체가 입주한다는 상식마저 깨뜨릴 것이다. 가상기업의 공간적 범위는 한 건물이나 한 국가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초고속정보통신이 발전할 경우 지리적 개념은 물론 국경조차도 그다지 큰 장애가 될 수 없을것이다. 따라서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리적 특성과 거리개념에 입각 한 비교우위론적 지역개발전략은 근본 가정을 무너뜨릴 것이다.
둘째, 서비스산업이나 문화시설이 지역내 존재해야만 주민생활의 질이 향상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사회에서 주민의 소비생활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백화 점이나 시장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네트워크까지 포함된다. 초고속정보통신기 반이 구축되는 경우 홈쇼핑을 통한 상품구매, 주문형 비디오를 통한 문화생활 전국 또는 전세계의 도서관과 박물관에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한 취미생활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발전을 위하여 대규모 교통시설의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이 구축되면 정보전송을 위한 물류는 최소한도로 감소될 것이다. 물의 공급이 절대적이었던 농업사회에서는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고, 물질과 에너지 공급이 절대적이었던 산업사회에서는 철도와 고속도로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정보의 공급이 절대적인 정보사회에서는 고도의 초고속정보통신망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에도시가 형성될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지역개발전략이 근거로 하고 있던 가정들이 무너질 경우 기존 지역개발전략에 집착한다면 그 전략은 생산집중과 인구집증으로 인한 공해와 교통체중 등과 같은 역기능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를 비롯한 전자.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하여 물리적 근접성의 중요성은 감소 하게 된다. 수많은 비즈니스 사무소들이 도심에 군집해야 할 경제적 당위성 도 상당히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개발전략은 전면적으로 재검토 될 필요가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요구하는 미래의 지역개발전략과 기존의 지역개발전략간 에는 커다란 격차가 존재한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지역개발은 전국적인 기본계획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는 특이성이 있다. 전국적인 기본계획에 의거한 지역개발계획 은 성장거점 지역을 위주로 하여 진행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초고속정통신 망을 통한 정보사회에의 대응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정보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개발전략은 이제까지의 공간.시간개념에 의거한 중앙계획에 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과 시간개념의 지방정부주도적인 개발계획에 의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몇몇 대도시들을 성장거점도시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두었던 기존의 지역개발전략은 산업사회의 공간개념에 기초한 것이다. 정보 사회에서의 공간은 토지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다.
정보사회에는 수많은 종류의 네트워크들이 수직.수평으로 연결되어 거대한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정보사회에서의 지역개발전략은 수많은 종류의 네트워크들 중에서 어떠한 네트워크를 성장거점으로 삼을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 해야 하며, 지역개발전략 역시 어떠한 종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접속할 것인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이와같은 네트워크 중심의 지역개발전략은 물질적인 자원투자를 필요로 한다기보다는 타지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정보 의 구축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지역에 고유한 정보가 구축되고 이에 기반을 둔 정보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정보고속도로는 수출이 아닌 수입을 위한 고속도로의 역할만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양질의 정보를 육성하기 위하여는 토지의 개발보다는 양질의 교육을 통한 인력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네트워크 중심의 지역개발전략은 자원소모적인 전략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우호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정보고속도로를 통한 지역개발전략은 양질의 정보와 인력 을 통한 고부가가치산업의 개발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토지에 기반을 둔 기존의 지역개발전략이 지역의 특이성을 강조하는 전략이 었다면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지역개발전략은 지역과 전세계와의 연결을 강조하는 전략이다. 초고속정보네트워크로 개인과 기업들이 연결되는 경우 거리에 의한 지역간 장애나 국경에 의한 장애는 소멸된다. 지역주민들은 네트 워크를 통하여 세계의 구석구석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지역개발 전략은 지역과 세계와의 연결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네트워크 중심의 개발전략은 기존의 개발전략과는 달리 물류를 증가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물류를 감소시키는 전략이다. 또한 토지와 도로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하드웨어적이기 보다는 소프트 웨어적인 개발전략이다. 하드웨어적인 개발은 토지와 자원의 물리적 한계로 인하여 투자대비 효용이 낮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적인 개발은 양질의 정보와 인력이 확보되기만 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까지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이 가져 올 새로운 지역개발 패러다임 모색의 필요성에 관하여 논의를 전개해 왔다.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은 단순 히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러 개념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이러한 개념적 전환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볼 때가 왔다. 현상의 중심개념이 바뀌면 문제해결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개발전략은 그 좋은 예이다. 초고속정보통신 으로 인하여 기존의 시간적.공간적 제한이 사라짐에 따라 새로운 지역개발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그리고 새로 개발된 패러다임에 따라 새로운 지역개발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은 여러 경제적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까지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초고속정보통신은 지역간 경제적 격차는 물론이고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 해소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은 지역개발 차원을 지역내에서 국가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지역개발연구를 위하여 새로 대두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 신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역개발전략의 모색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