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정수기도 "가격파괴" 조짐

정수기시장에 새 봄이 오는가. 지난 87년이후 참여업체수만 2백여개에 달할 정도로 대호황을 누리다 90년 업체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과 불량품사건으로 수렁에 빠져 일부 전문업체만이 명맥을 유지해오던 정수기시장이 재도약의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시장은 대략 1천5백억원선. 올해는 이보다 20~30% 증가한 2천 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수기가 이처럼 건강기기로각광받자 올초 삼성전자와 동양매직이 각각 신제품을 출시하고 사업을 본격 화했고 한샘 보루네오 에넥스하이테크 등 주방가구업체와 한미약품 동아제약 등 제약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거나 신규진출을 모색하는등 활발한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여기에 웅진과 청호가 수성을 위해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 정수기시장은 급가열될 전망이다.

이처럼 참여업체가 급속히 늘자 업계 일각에선 80년대말과 같은 업체난립과 과당경쟁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미루어보아 80년대말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90년대들어 정수기시장의 환경변화중 하나는 "역삼투압방식"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표참조> 역삼투방식은 과거 자연여과식 등나무정수기 이나 간이필터식에 비해 연구개발비가 많이 소요되고 주기적인 필터교환등 AS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전처럼 영세업체가 섣불리 뛰어들기 어려워 향후 정수기시장은 "브랜드 지명도"를 지닌 제품이 시장을 주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동양매직등 가전 대기업의 참여는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잔존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수요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번째로는 가격과 유통방식에 있어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동양매직은 기존 양대업체인 웅진과 청호의 다단계 방문판매에맞서 자사 대리점 전시판매를 선택했다. 과연 고가제품인 정수기가 대리점에서 여러가지 제품과 섞여서 제대로 빛을 보겠는가하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와 동양매직은 유통단계를 최소화, 가격을 낮춤으로써 웅진.청 호의 방문판매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동양매직은 역삼투정수기로서는 파격적인 60만원대 제품을 선보이고 정수기 가격파괴"를 선언했는데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 가격파괴가 입증될 경우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샘 보루네오 에넥스하이테크 등 주방가구업체의 사업강화도 정수기시장의 변수가 될 전망인데 이들은 주로 "언더싱크(Under Sink)형" 제품을 출 시하고 가구영업과 연계하거나 신설 주택공사 현장의 대단위 특판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 건강관련업종이라는 이미지와 전국적인 영업망을 가진 제약업체가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정수기시장은 과거와는 달리 정수기전문업체 가전업체 건강관련업체의 영역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간 과당.과열경쟁만 없다면 올해를 계기로 정수기시장이 다시 안정성장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품질 가격 AS 등 전반적인 면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이미지 확보가 정수기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