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1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위조, 이 가운데 1백여장 을 유통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그저 컬러복사기를 이용한 단순복사에 불과해 범죄사실도 금방 드러났고 범인 검거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동원해 컴퓨터그래픽스를 이용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번 수표위조사건에 사용된 장비는 상당한 고성능 제품일 것이라는 당초의 추측과는 달리 4백DPI의 해상도를 실현할 수 있는 일본 캐논사의 "CLC 10"이 라는 컬러 잉크제트 복사기로 시중에 나와있는 일반적인 컬러복사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제품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 컴퓨터그래픽스에 대해 잘 알고있는 다른 공범이 있을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제품이IPU(Intelligent Pr-ocessing Unit 를 옵션으로 장착해 컴퓨터와 연결하면 컬러프린터 및 스캐너로도 사용할수 있어 컴퓨터그래픽스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컴퓨터그래픽스는 실제 카메라로는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이나 가상현실을 컴퓨터를 이용해 합성해내는 첨단영상 기술로 일반영화 만화영화 광고영화 멀티미디어 게임 케이블TV 건설업 HDTV 등 관련 영상산업에 폭넓게 사용되고있다. 터미네이터 "마스크" "구미호" 등의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모습이 점차 변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장면이나 TV를 통해 방송 있는 광고에 서 고양이가 생선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장면 등은 바로 컴퓨터그래픽스 작업 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내는 컴퓨터그래픽스를 이용하면 각종 증명서 및 유가증권을 감쪽같이 위조할 수도 있다.
이런 작업은 컴퓨터와 컬러스캐너, 컬러프린터 그리고 컴퓨터그래픽스용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충분하다.
스캐너로 입력한 이미지를 컴퓨터그래픽스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정, 변경하고 이를 프린터로 출력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위조물의 정밀도는 스캐너와 프린터의 해상도에 따라결정된다.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스캐너 및 프린터의 해상도는 3백DPI 또는6 백DPI가 기본적인 엔진해상도인데 이를 보다 선명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도 상당수준에 올라있어 프린터의 경우는 1천6백DPI까지 해상도를 올릴 수있으며 스캐너는 최고 9천6백DPI까지 지원할 수 있는 제품이 나와있다.
이번 위조사건에 쓰인 컬러복사기가 4백DPI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이었음 에도 전문가들조차 쉽게 구별하지 못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는 상당한 수준 인 셈이다.
이처럼 위조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컴퓨터그래픽스 관련 장비는 이미 상당히많은 물량이 국내에 공급되어 있다.
"CLC 10"의 상위기종인 캐논사의 "CLC 550", 제록스사의 "A Color 635" 등 복사기 겸 프린터.스캐너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 제품은 사용처가 한정돼 있어 그리 많은 수효가 보급돼 있지는 않지만 컬러잉크제트프린터는 지난해에만 18만대 가량이 보급되는 등 이미 일반화되었고 컬러스캐너도 HP, 앱슨, A4테크, 아그파, 스캔뷰 등 많은 외국업체의 제품이 보급돼있다.
그렇다면 컴퓨터그래픽스를 이용한 위조를 방지할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관련전문가에 따르면 위조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적 방법이 있어컴퓨터그래픽스 작업을 통하더라도 완벽한 위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컬러프린터는 흰색 잉크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살색을 표현할 수가 없어 위조할 소지가 있는 유가증권이나 증명서 등에 살색을 쓰면 아무리 컴퓨터그래픽스 작업을 하더라도 완벽한 위조는 불가능하다.
또한 위조방지 장치는 장비제조업체들과의 협조아래 여러가지 방법으로 설치돼있어 완벽한 위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잡한 단순복사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던 이번 사건에 비추어볼 때 안일한 자세는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함께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장치만을 만들어 놓고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위조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앞으로 첨단기기의 개발에 따른 사회적인 역기능이 상당히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해 제도적인 보완등을 서둘러야하고 첨단장비 개발.생산업체들은 보다 확실한 위조방지장치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 공급업체들도 판매하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철저한 사후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