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객체지향과 일회용 문화

요사이엔 휴대형 휴지 크리넥스 등 일회용 물건이 판을 치고 있다. 몇몇 노총각들이 저녁에 모여 함께 지낼때, 일회용 용기와 캔 음료를 산 다음 배달 음식으로 훌륭한 저녁상을 차릴 수 있다. 그런데 편하게 식사한 만큼 쓰레기 가 남는데 여기서 자원재활용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올해부터는쓰레기종량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니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진다.

정보처리에서 객체(Object)란 개념을 살펴보면 일회용 문화가 나타난다. 객체개념은 정보처리의 여러 세부분야를 통일시키는 개념이다. 객체는 검은 상자 black bo.)와 같다. 즉 객체는 그 겉모습(인터페이스)으로만 외부에 보여지고 속모습(구현)을 완전히 숨긴다. 고장난 것이든 멀쩡한 것이든 어떤 객체를 다른(일반적으로 더 좋은)객체로 바꾸더라도 겉모습만 계속 같으면 그 객체가 속한(일반적으로 더 좋은)환경은 바뀌지 않는다.

이 개념은 부품조립식 프로그램(program kit)의 핵심사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가능한한 이미 존재하는 객체들을 재사용하고 일부 성능이 떨어지는 객체만 바꾼다. 새턴 로켓을 우주왕복선으로 바꾼 것도 재사용이란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일회용 문화와 자원재활용, 객체지향 방법과 소프트 웨어 재사용은 우연한 일치인가.

이 객체 또는 검은상자의 개념은 우리사회 여러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셔터 만 누를 줄 알면 사용할 수 있는 일회용 사진기, 일회용 내복과 기성복, 조합 가능한 하이파이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레고 장난감, 조립식 가구, 조립 식 주택, 컴퓨터 기관이나 주변장치, 고장나면 한꺼번에 교체해 버리는 자동 차 부품어셈블리 등 수없이 꼽을 수 있다.

정보처리분야에 던져진 가장 큰 숙제인 "개발자의 절대적 생산성 향상"이란 문제는 객체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풀 수 있는데, 이때 두개의 서로 상반된측면을 개발자에게 요구한다. 한편으로는 전체구조를 설계하고 파악하는 건축기사나 감독과 같은 임무와 다른 한편으로는 검은 상자를 잘 다루는 목수, 미장이 그리고 조적공 같은 기능공으로서의 임무를 동시에 요구한다. 마이크 로소프트사가 제공하는 객체지향 프로그램 도구 가운데 하나인 OLE(Object Linking and Embedding)를 쓰려면 43개나 되는 객체를 잘 다룰수 있어야 한다. 객체개념은 정보처리분야에서 일회용 문화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여기서는직업 학위, 컴퓨터, 소프트웨어, 고용인, 회사, 국가 등 무엇이든 바꿀수있다. 마지막에 열거한 국가가 일회용이란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에겐 생소한 이야기이지만 유럽의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몇년전부터 국가도 일회용이 되어버렸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영국에서 개업한다.

다른한 예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기업을 들 수 있다.

이 기업들은 마치 일회용 회사처럼 새로운 기술을 공략하여 이익을 얻고 없어진다. 많은 소규모 소프트웨어 업체가 생겼다가 없어지는 것을 마치 관련산업이 부실하여 회사가 망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런 회사들은 구조적으로 그런 속성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5년전에 프로그래밍 언어분야에서 처음 제안된 객체란 개념은 이제 데이터 베이스, 분산처리, 컴퓨터 통신, 소프트웨어 공학, 멀티미디어 정보처리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고르게 통용되며 적용되고 있다. 프로그램 개발 생산성을 향상시켜 줄 뿐만 아니라 개발후 유지보수도 쉽게 해 주는데 더욱 매력이 있는 개념이요 방법이다.

이제는 객체지향 방법을 도입하는데 더 망설여서는 안된다. 머뭇거리는 만큼남보다 경쟁에서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일회용 제품을 안 쓸수도 있고 오히려 옛 것이 멋있을 때도 있다. 30년된 독일제 라이카 사진기 로 좋은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겉이 해어진 가죽 케이스는 정말 멋이 있다. 그러나 객체는 그렇지 않다. 이 점이 객체지향 기술과 일회용 문화의 유일한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