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고조되면서 환경및 건강관련 기기사업이 유망분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수질오염은 정부가 생수시판을 허용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속에서 지난 90년 불량품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은 정수기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가전, 주방가구및 제약업체가 사업을 강화하거나 잇따라 신규참여를 선언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정수기사업을 본격 화하고 있는 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정수기의 필요성은 인식하나 품질에 대한 의심이 여전히 남아있고 정수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역삼투방식의 제품이 1백만원 안팎의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잘 알고 있다.
올들어 신제품을 출시한 삼성전자는 대기업 삼성이 만드는 정수기를 강조하며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부각하고 있다. 뒤이어 신제품을 발표한 동양매직 은 정수기 가격파괴와 함께 "정직한 정수기"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 "정직한 "이란 수식어는 어디에 붙여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수기사업 의 역사를 돌이켜 볼때 매우 역설적인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즉 그동안 소비 자를 우롱하고 폭리를 취한 제품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정수기에 이어 각광을 받았던 녹즙기가 지난해 "쇳가루 파동 으로 단숨에 지탄을 받는 제품으로 전락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는 88년을 정점으로 대호황을 누리던 정수기시장이 업체난립과 90년 불량품 사건으로 주저앉은 상황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이 두사건은 인체와 직접관련되는 건강기기가 얼마나 소비자의 신뢰도에 민감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정수기시장은 분명히 다시 살아나고 있다. 녹즙기시장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 가 아물고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수기나 녹즙기 모두애당초부터 참여업체들이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품질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면 지금보다 몇 배규모의 시장으로 발전했을 것이다.
정수기등 환경, 건강관련기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은 자신들이 만든 불량품이 자기 한 회사를 망치게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90년의 정수기 불량사건과 작년의 녹즙기 사건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유형오 가전산업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