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악기의 양대산맥인 영창악기와 삼익악기가 30여년의 "명동시대"를 마감 하고 최근 거의 동시에 서울 강남으로 이전, 화제가 되고 있다.
"라이벌" 또는 "맞수"등 무수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 이들 양사는 지난 13일 영창악기가 먼저 강남구 선릉역 부근 동우빌딩으로 사옥을 마련해 이전하자 삼익악기도 23일 논현동 신사옥으로 근거지를 옮겨 결코 뗄 수 없는 숙명적 인 "관계"임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업계는 이를두고 이들의 맞대결이 막바지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행보 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영창과 삼익은 초창기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악기제조산업에 "등불"을 켠 악기업계의 산 증인. 영창악기가 56년 창업, 국내 피아노시장에 첫돌을 놓을즈음 삼익도 출사표(58년)를 내놓고 동반관계임을 선언했다. 이후 이들은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면서 국내 악기업계를 사실상 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악기시장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이들의 움직임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전자악기로 대별되는 키보드 디지털피아노신서사이저등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양사 경영전략이 서서히 바뀌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는 대체로 삼익악기가 어쿠스틱피아노를 기조로 한 사업다각화를 펼치고있는 반면 영창은 줄기차게 어쿠스틱과 디지털피아노등 피아노 관련악기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익이 최근 어쿠스틱피아노인 "아르떼"피아노에 색상을 가미, 신세대형 피아노를 선보이며 바람을 일으키자 영창은 "소리 안나는(소음) 피아노"를 개발 맞바람을 시도했다. 삼익이 어쿠스틱피아노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영창 은 "소리 안나는 피아노"등 이른바 차세대 피아노 개발에 주력하는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삼익이 가구 기계등 유관사업으로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영창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영창과 삼익이 최대 격전을 펼치고 있는 곳은 전통 피아노로 불리우 는 어쿠스틱피아노시장과 전자악기시장.
업계는 전체적인 외형규모는 삼익악기가 우세하지만 경상이익은 영창이 훨씬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5종에 가까운 악기를 생산하는 삼익에 반해 어쿠스틱피아노와 디지털피아노 에만 매달리고 있는 영창은 이 분야만큼은 삼익을 압도하고 있다고 자신하고있다. 영창은 최근 자신들이 개발해 낸 "소음피아노"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삼익은 "보다 열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소신으로 이 부문의 만회 는 시간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전자악기도 자신들이 먼저(88년) 개발해 선보였을 뿐 아니라 수출시장에도 먼저 나섰다는 자긍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과 대조를 보이면서도 이들의 행보에는 유사한 점도 발견된다.
삼익이 88년 중국 합이빈에 현지공장을 마련한것이나 영창이 90년 천진에 조립공장을 추진한 것, 또 몸에 밴 근검절약이 사업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는점은 이들이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동반적 관계임을 다시금 엿보게 하는 대목 이다. 이웃사촌이면서도 숙명적인 라이벌인 영창과 삼익의 "강남 동거숙시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악기업계는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