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HDD사업 진출 배경

현대전자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사업에 본격 진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조용하던 국내HDD시장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

현대전자는 올초 스토리지사업부를 신설, HDD사업을 담당케하고 미맥스터사 의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서 HDD를 대량으로 생산, 이를 전량 맥스터사에 OEM 방식으로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업계획으로는 올해 1백만 개의 HDD를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4백만개를 생산하기로 했다.

그런데 현대전자는 지난 93년 1억5천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 맥스터의 주식을 40%나 인수함으로써 이 회사의 경영권을 쥐고 간접적으로나마 이미 HDD사업에 참여해왔다.

이런 현대전자가 맥스터와 기술을 제휴하는 형태로 HDD 제조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대해 현대전자는 "이번 HDD사업 진출이 맥스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및 HDD등의 컴퓨터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제품을 국산화, 현대전자에서 추구하고 있는 정보기기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의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일고있는 외국업체 인수바람과도 연관이 있다는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지적.

예전에는 국내 업체들의 첨단기술 획득 방법이 외국 선진기업으로부터 시혜 적 차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이를 조금씩 습득해 나가는 형태를 보여왔으나요즘에는 그 업체를 통째로 인수, 기술까지도 사들이는 적극적인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현대전자는 지난해 맥스터뿐만 아니라 미국 AT&T-GIS사의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구 NCR사)을 전격 인수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외국업체 인수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맥스터의 경우 지난해 2억달러가 넘는 큰 적자를 기록하면서 경영상태가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하면 국내 기업의 외국업체 인수작업 가운데 실패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현대전자의 입장에서는 자사에서 추구하고 있는 정보기기사업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맥스터사를 정상괘도에 올려놓음으로써 자사의 투자가 결코 무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방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전자는 국내에 HDD공장을 갖추고 맥스터의 HDD 부품을 그대로 들여와 단순조립해 이를 맥스터에 OEM으로 수출, 맥스터에 대한 확실한 우회 투자를 하면서 HDD관련기술을 습득해나가는 형태를 모색하게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현재전자가 HDD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국내외 HDD 관련업계가 초긴장할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전자라는 거대기업의 참여는 국내 HDD시장뿐만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전자는 내년부터 연간 4백만개의 HDD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물량은 올해 7천만대정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계적인 HDD시장 규모의 5.7%에 해당한다.

맥스터의 분기당 HDD 생산량이 1백만대정도이고 시게이트.퀀텀등 세계 HDD업 계를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의 분기당 생산량이 4백만대 가량이라는 것에 비교하면 이는 맥스터와 비슷한 규모고 시게이트, 퀀텀등에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세계 HDD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한 양인 것이다.

맥스터는 또 국내에 공장을 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국내 시장에서의 판도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예를들면국내 HDD공급기일이 빨라져 급변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할 수가 있으며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를 할수 있어 최근 삼성전자가 그랬던것처럼 판매고의 급격한 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대전자의 이번 HDD사업 진출은 그동안 기술과 경험부족등으로 다소 취약했던 국내 HDD업계에 신선한 활력소를 불어넣는등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 만은 확실하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