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기술확보전략 실태조사

우리 기업들은 기술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해외기술의 도입보다는 자체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공동연구보다 단독연구를 선호하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상하)는 부설연구소를 두고 자체개발을 본격 추진하고 있는기업과 최근 3년 이내에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한 기업 등 모두 3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확보전략 실태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응답업체들은 다른 나라가 해당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로 *높은 기술도입비용(31%)과 *기술이전 기피(26%) 등 기술도입환경의 악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거꾸로 기술도입여건이 좋을 경우 자체개발보다 기술도입에 의존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자체기술 개발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응답이 23%로 나타났고 최근 기술도입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완화된 것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점차 기술도입보다 자체개발에 주력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상의는 분석했다. 기업 스스로 가능한 기술을 해외에서 도입하는 이유로는 개발기간의 단축(33 %), 불확실성의 제거(29%)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선 또 자체개발기술이 도입기술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 기술개발은 국내 첫 개발이 전체의 49%였고 세계적인 첨단기술도 22% 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제품의 42%만이 국내 첫 생산이고 극히 일부의 첨단기술을 뺀 대부분 도입기술은 자체기술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개발에 걸리는 연구기간은 평균 1년4개월이고 도입기술을 소화하고 개량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1년6개월로 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연구개발형태를 보면 조사대상기업의 66%가 단독 연구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공동연구(26%), 기술도입(4%), 위탁연구(3%)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동 연구와 위탁연구 등 연구협력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는 응답이 36%인 반면 기대에 부응했다는 응답이 10%에 그친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공동연구의 상대는 대학이 37%로 가장 많았고 정부출연연구소(36%), 국내 기업(19%), 해외기업 및 해외연구기관(8%) 순으로 나타났다.

기술개발 및 도입의 동기 조사에선 기업들이 제품가격의 인하 및 원가절감 등의 공정혁신보다 품질향상, 고객수요에 대한 대응 등의 제품혁신에 더욱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자체기술개발과 기술도입에서 서로 차이를 드러내 흥미를 끈다.

자체기술개발의 주요동기는 "제품의 품질향상"과 "고객수요에 대응"등으로 나타난 반면 기술도입의 가장 큰 동기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신기술습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업종으로 진출할 때 가장 먼저 외국기업과의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기술도입신고서 수리여부가 곧 업종참여 허가로 인식되는 현실과 일치하고 있다.

기업들은 연구개발활동의 성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연구개발투자의 평균 상품화율은 64%로 조사됐고 매출증대효과가 얼마간 있거나 매우 컸다는 응답은 77%로 나타나 일단 연구개발활동은 성공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연구개발결과가 상품화되지 못한 이유로 시장성의 결여(55%), 핵심 기술의 부족(17%), 자본의 부족(8%) 등의 순으로 나타나 연구개발 기획단 계에서 시장성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기술변화의 속도가 빠른 분야일수록 연구개발 결과의 상품화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기술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른 산업의 상품 화율은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산업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의 기술변화는 소화할 수 있지만 첨단기술의 소화를 위해선 산업기술력의 축적이 조금 더 필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기술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응답기업 가운데는 연구소를 설치하지 않고 기술도입에 의존하는 소규모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술변화가 빠른 첨단기술의 도입이 이들 소규모기업에 유리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사실일 경우 선진국의 기술보호주의의 한 단면으로 풀이된다.

한편 기업들이 기술도입시 느끼는 애로사항으로는 기술보유기업의 기술제공 기피(27%)와 지나친 기술대가 요구(25%)에 이어 적정기술의 선정능력 부족 (20%)과 도입기술에 대한 사전지식및 정보부족(13%)를 꼽았다.

이는 기술정보의 절대부족과 함께 연구개발팀의 시장조사능력 부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따라서 기술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각종 산업기술정보가 활발하게 유통되는 정보네트워크를 확대할 필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