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용산상가 25시 (1)

밀수및 덤핑제품, 각양각색의 유통형태가 뒤엉켜 독특한 상권을 형성하는 용산전자상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부도가 터지는 이곳은 중도하차하는 업체와 새로 입주하는 업체들로 늘 분주하다. 끊이지 않는 소비자들의 발길로 항상북적댄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판매전으로 낮과 밤을 잊은 전쟁터와 흡사 하다. 이러한 용산전자상가에는 정사 못지 않게 수많은 야사들이 있다. 부도와 사채시장의 큰손, 밀수조직의 대부, 이름난 악덕업자등은 외형적인 시장 변화나 업체의 부침 못지 않게 일반인들이 매우 궁금해하는 것들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굵직굵직한 사건, 사고및 그 배후인물들을 중심 으로 숨은 야사와 상가의 뒤안길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물건만 돌아도 돈이 될 뿐만 아니라 물건은 그대로 있고 서류만 꾸며도 돈이 된다" 용산전자상가 관계자들이 상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자금, 물건회전이 빠르고 이에따른 부가가치 창출이 "번개에 콩볶아먹듯" 숨가쁘게 돌아가고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용산전자상가는 늘 끝없는 화젯거리와 에피소드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 만 유통상들은 이러한 얘깃거리를 그냥 흘려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온 신경 을 기울여 어떤 얘기가 나올지 항상 긴장한다. 이러한 후문들이 언제나 엄청난 기회 내지는 피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는 업체들의 극심한 부침과 그에 따른 상가 야사의 근원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는 수많은 형태의 유통구조다. 도소매는 물론 덤핑.꺽기.밀수거래등 어느 것 하나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유통단계가 없다. 예컨대 일반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즉 소매를 전문으로 하는 전자랜드매장과 관광터미널매장, 중간딜러까지 상대하는, 즉 도매에 주력하는 선인상가및 나진상가등이 있고일명 "나카마"로 불리는 중간딜러와 지방고객들을 겨냥한 유통단계도 형성돼 있다. 물건을 사고자하는 사람이 있는 한 상가는 모든 방법론을 제시할 수있다. 용산상가내 상우회장을 맡고 있는 K사장은 "상가는 모든 제품과 모든 형태의 거래가 상존하는 곳"이라고 잘라 말한다.이러한 유통단계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둘째는 유통되는 제품의 공급원(소스) 또한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제조업 체에서 직접 공급한 제품만이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수입품, 밀수품, 덤핑제품 우회 역수입품, 경매제품등 용산에 풀리는 제품의 소싱은 매우 다양하다. 결국 이러한 각양각색의 소싱은 천차만별의 마진폭으로 이어질 수밖에없다. 또 다양한 공급원으로 인해 상가는 제조업체, 총판, 대리점, 중간상, 도소매 상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유통단계를 무시하는 파격적인 상거래가 엄연히 존재하고 실제 부지기수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유통단계와 다양한 소싱이 합쳐지면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와 가격 의 파도타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두가지 요인은 정상적인 가격구조를 파괴하면서 유통질서를 흐트리는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찰제, 소비자가격이란 말은 이곳에서는 늘 낯설기만 하다. 이러한 일련의 메커니즘이 결국 상가의 수많은사연을 잉태하는,바로 야사의 자양분인 셈이다.

H사 C사장은 "상가안에서는 동일 물건이 같은날 같은 시간에 팔려도 가격이 다를 정도"라고 말한다.

상가 야사를 만드는 또다른 토양은 무자료거래. 실제 용산은 거래내역의 90 %이상이 무자료거래일 만큼 아직도 무자료거래가 판을 치고있다. 무자료거 래는 물론 탈세가 주목적이지만 야사를 통한 부의 축적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방법중 하나다.

얼굴과 흔적을 철저히 감춘 이러한 상거래가 바로 용산전자상가 야사의 실체 인 것이다. <김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