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캐논의 FLCD사업 전략

당초 예정보다 2년 이상이나 판매가 연기됐던 일본 캐논사의 강유전성액정표시장치 FLCD 가 올봄 시장에 등장한다.

기존의 LCD는 정지화상용 "단순매트릭스"라는 구조를 채용한 트위스티드 네마틱 TN 슈퍼 트위스티드 네마틱(STN)방식으로 반응속도가 느리고 화면이 번득거리고 일그러짐이 있었다.

또한 최근 제품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박막트랜지스터(TFT)방식 LCD 는 액정의 화소 하나하나에 스위치기능이 있어 반응속도가 빠르고 컬러동화 상을 출력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TFT방식 LCD는 트랜지스터를 많이 장착하는 만큼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경비가 많이 소요되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비해 캐논의 FLCD는 기존의 LCD와는 다른 액정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단순 매트릭스구조이면서도 빠른 반응속도를 실현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색의 계 조가 적고 중간색을 내는 기술이 충분치 못하다는 결점이 있어 시제품만으로 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었다.

이때문에 캐논은 액정생산에 완전자동화라인을 도입했다. 원래 액정제조공장 은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클린룸으로 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생산라인을 가동 하고 있다. 그러나 캐논에 있어 이번 FLCD제품화는 토너등 화학제품이외의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된 것이기때문에 자동화설비에 시간이 걸려 당초 예상보다 출시가 늦어지게 됐다.

TFT방식 LCD와 FLCD를 비교해보면 먼저 화면의 밝기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TFT방식 LCD에 주력하고 있는 일본 샤프의 21인치 TFT방식 LCD를 예로 들면 휘도가 높고 발색이 강렬하다. 이때문에 동화상을 출력해도 브라운관에 뒤지지않는 선명도를 실현할 수 있다.

한편 FLCD는 화면상의 그림이나 문자가 종이에 그려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눈의 피로를 줄이는데 너무 역점을 둔 탓인지 TFT방식에 비해 전체적으로 녹색이 돌고 어둡다. 반면 디스플레이 본체는 TFT방식 LCD보다 가볍다. FLCD는 TFT와 달리 화면의 크기를 크게 할수록 가격대 성능비가 향상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때문에 캐논은 향후 15인치이상의 대형화면용으로 특화, TFT 방식 LCD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이 치열하게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10인 치급시장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TFT방식 LCD가 랩톱PC등의 부품으로 생산되는 반면 캐논은 디스플레이자체를완성품으로 제작한다는 점도 다르다. 캐논은 FLCD를 현재 사무실에서 사용되고 있는 브라운관디스플레이와 교체할 수 있는 선두주자로 보고 있다.

캐논은 이 FLCD를 당분간은 자사의 PC나 프린터와 세트로 판매하거나 미국의 휴렛팩커드(HP)사에 OEM공급 할 계획이다.

FLCD라는 비장의 무기로 뒤늦게 액정시장에 뛰어든 캐논의 위치가 주목되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