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범용모터 수요업체들의 모터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오디오용 EG모터와 VCR용 로딩모터 등 개당 1달러대의 범용모터를 중심으로 지난해말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품귀현상이 올들어서도 좀처럼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공급가격인상은 물론 납기지연도 빈번해져 데크메커니즘을 비롯한 국내수요업체들이 크게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이같은 현상은 일차적으로 국내범용모터의 50%이 상을 공급해온 일마부치사의 중국공장이 노사분규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동안 마부치와 함께 국내시장수요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온 마쓰시타.산 쿄 등의 일본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수요확대가 두드러진 CDP.CD롬드라이브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생산품목으로 전환해 나가고 있는 것도 범용모터 의 수급차질을 가져온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 신규시장으로 생산을 전환하는 추세는 구조적으로 범용모터의 수급악화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여 향후 모터수급전망을 한층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수요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모터산 업구조에 책임이 더 있다는게 모터업체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현재 이들 범용모터의 국내생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외산제품의 횡포 (?)에 맞서 바람막이 내지 완충역할을 해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것을 의미한다. 또 이것은 향후 더욱 심화될 수급악화에 대한 대책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국내시장에서 이들 범용모터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대초부터. 마부치를 비롯한 일본의 모터군단들이 동남아산 저가제품을 앞세워 몰려들어오면서 국내시장은 "초토화"됐다. 오디오용 거버너모터에서 명성 을 날리던 태림전자가 사실상 오디오용 모터사업에서 손을 뗀 것도 바로 이무렵이다. 당시 기계식 거버너모터로 오디오용 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태림은 일본 제품에 맞서 EG모터를 개발했다. 그러나 태림의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1달 러이하의 가격을 제시하며 달려드는 마부치.마쓰시타.산쿄등 일본업체들과는 도저히 경쟁할 수 없었다. 특히 일본모터업체들은 한국을 유망모터시장으로 판단하고 자국내 판매가보다도 10%이상씩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덤핑까지 감행하면서 국내시장장악에 진력했다.
이때부터 데크메커니즘을 비롯한 국내수요업체들은 국산을 외면한 채 일본업체들로 공급선을 돌렸고 결국 국내생산기반이 붕괴돼 이같은 현상을 자초한 꼴이 됐다.
데크메커니즘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일본 공급업체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근근히 버텨왔으나 앞으로는 힘들 것 같아 큰 걱정"이라며 국내생산기반 의 붕괴를 아쉬워했다. 모터업체 한 관계자도 "최근 심화되고 있는 범용모터 품귀는 국내생산기반붕괴가 가져다준 필연적인 결과라는데 주목해야 한다"며 "범용모터의 국내생산기반마련은 전자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측면에서 뿐 아니라 수입제품의 견제효과도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의 범용모터수급난은 전체 국내모터시장의 일본의존도가 50% 가 넘는 우리입장에서 어느 분야에서든 항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경종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