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신가전 연구 새 조류 "진화연산" 해부 (중)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김종환 교수팀은 통일이 됐을 경우 남북한 의 주요 50개도시를 승용차와 항공기를 이용, 가장 빠른 시간내에 순회할 수있는 최적의 경로를 찾는 문제에 진화프로그래밍기법을 사용해 주목받은 바있다. 이때 50개도시를 순회하는 경로의 총 가지수는 3×1천62가지가 나오는데 이를 사람이 일일이 나열식으로 했을 경우 3×1천50년이 걸려 사실상의 계산이 불가능하다. 김교수팀은 여기에 진화프로그래밍기법을 적용, 단지 4~5×1백5 가지의 경우의 수만을 계산함으로써 최소의 시간이 걸리는 50개도시 순회경 로를 단 5분만에 찾아냈다. 이러한 실예는 우성학자 멘델이 완두콩의 교배를 통해 유전법칙을 발견하는 데 평생을 바친 것과 비교하면 진화연산의 장점이 그대로 입증되는 셈이다.

진화연산의 응용은 90년대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최적의 경로를 묻는 문제와 유사한 것으로 영업사원이 다수의 고객을 방문하는데 시간과 경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TSP(Trav eling S-alesman Program)문제, 차량 또는 항공기의 운항스케줄, 복잡한 파이프 연결구조로부터 최대의 물이나 원유를 최단시간에 수송하는 문제등에 진화연산기법은 최적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유전자알고리듬을 비롯한 진화연산기법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분야는 제어분야이다. 실제로 산업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PID(비례적분미분) 제어기는 3가지의 제어변수를 최적화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미 화학공정 시스템에서 PID제어기 최적변수값을 찾는 데 진화연산이 활용된 바 있다. 로봇제어에도 진화연산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팔다리의 제어와 충돌방지, 주행 제어, 이동경로 선택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산업전자나 반도체 조립 공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칩마운터와 부품삽입기등의 제어는 최단 시간에 오차없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이러한 초정 밀 제어에도 진화연산을 응용하는 연구가 국내에서도 산.학협동으로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생산라인에서도 주어진 일련의 작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해해 생산성을 높이는가 하는 문제해결에 진화연산의 최적화기법을 응용할 수 있다. 조립공 정에서도 최적의 조립순서를 결정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진화연산의 응용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는 또 다른 영역은 설계부문이다. PCB (Printed C-ircuit Board)등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CAD(컴퓨터지원설계)프로 그램은 필수적이다. 이때 문제는 최소의 면적에 최소의 구멍과 라인을 갖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 경우에도 최적의 부품배치와 자동배선 을 위한 시스템개발에 진화연산기법은 아주 유용하다. 미.일등 선진국에서는 현수교나 트러스트교와 같은 건축물 설계에도 비용을 최소화하고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를 도출해내는 데도 진화연산기법이 활용됐다.

이밖에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하는 예술분야와 범인을 잡기 위해 만드는 몽타주를 작성하는 데도 진화연산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종래에는 목격자의 말에따라 범인의 몽타주를 만들었으나 진화연산을 사용하여 초기의 몇개 얼굴화면을 기초 데이터로 활용, 몇백.몇천번의 모의진화를 수행하여 목격자가 본 범인의 얼굴과 거의 일치하는 몽타주를 뽑아낸 것이다. 얼마전부터 일본의 기코망이라는 유명한 간장회사는 진화연산기법으로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간장 맛을 구현하는 데 진화연산기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진화연산을 응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진화연산의 연구는 아직도 초기단계에 있다. 실제로 자연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정확하게 모델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의 모방 수준은 유전정보를 아미노산.단백질.효소를 거쳐 표현형 인자로 나타내고 있는 단세포동물보다도 단순하다.

그러므로 현단계의 진화연산의 모델링 수준을 실제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연산이 자연계에서 몇천년.몇만년에 걸쳐 나타나는 진화의 결과를 첨단 컴퓨터기법으로 몇분 또는 몇초내에 도출해 낸다는 데 엄청난 매력이 있다. <유형오 기자>